애플이 내년 1월부터 전 세계 중소 개발사를 대상으로 인앱결제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15%로 인하한다고 전격 선언하면서 인앱결제 수수료 인상으로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구글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 구글과 애플은 그동안 강제 인앱결제 정책을 둘러싸고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도 갈등을 빚었지만 애플이 선제적으로 수수료 인하에 나서면서 구글에 대한 수수료 인하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앱 개발사 및 콘텐츠 개발자들은 애플의 앱 수수료 인하 정책을 환영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앱 생태계 위기에 애플이 적극 나선 만큼 구글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애플의 새로운 수수료 프로그램으로 국내에서도 연 매출 100만달러(앱 수수료 제외)인 중소개발사들은 고객이 1만원어치의 디지털 콘텐츠를 구매했을 때 3,000원이었던 수수료를 1,500원만 내면 된다. 국내에서도 네이버웹툰·카카오페이지를 비롯해 멜론·왓챠 등 각 분야에서 앞서 있는 사업자를 제외하고는 상당수 개발사들이 수수료 인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 2008년 출범 이후 줄곧 인앱결제와 수수료 30%를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이 기조를 바꾼 것은 코로나19로 앱 생태계 자체가 무너질 위기에 처한 데 따른 ‘응급조치’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는 전 세계 각 국가에서 개발한 180만개의 앱이 거래되고 있으며 매주 5억명 이상이 방문한다. 앱스토어는 지난해 5,190억달러가량의 매출을 기록했다. 모바일 앱 분석업체 앱애니에 따르면 애플 앱스토어에서 연간 100만달러 이상 매출을 올리는 앱은 2,857개(2017년 기준)에 불과하다. 결국 전체 180만개의 앱 중 대다수가 매출 100만달러 미만이라는 이야기다. 애플 측은 “코로나19로 인한 전례 없는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계속 혁신을 도모하고 있는 앱 생태계를 위한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그동안 줄곧 인앱결제와 30%의 수수료를 고수했던 애플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전 세계 콘텐츠 개발사들의 눈길은 구글에 쏠리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 내년부터 인앱결제 30% 수수료 의무화 정책을 밝혀 법 개정 논란까지 일으킨 구글이 어떤 수수료 및 인앱결제 정책을 내놓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업계는 조심스럽게 구글도 입장 변화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애플이 변화의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사실 수수료 자체보다는 인앱결제 의무화가 더 큰 문제”라며 “현안을 모면하기 위한 임시방편이거나 본질을 흐리기 위해 다른 전략을 택할 수도 있어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구글의 일방적인 정책변경으로 인한 국내 모바일 콘텐츠 산업의 매출 감소는 단기적으로 적게 잡아도 3조원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내년 10월부터 국내 모든 개발사에 30%의 인앱결제 수수료를 의무화한다고 9월에 발표하면서 앱 생태계의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최근 여론을 달래기 위해 국내 앱 콘텐츠 개발사에 1억달러(약 1,170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투자하겠다고 밝혔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글은 인앱결제 의무화를 내놓으면서 앱마켓 사업자를 따라간다는 논리를 폈는데 애플이 정책을 바꿈으로써 자사의 논리가 명분을 잃게 됐다”며 “구글 쪽의 변화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앱결제 의무화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토종 앱스토어인 ‘원스토어’는 2018년 7월 인앱결제 의무화를 폐지하고 인앱결제를 할 경우 수수료를 기존 30%에서 20%로 인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