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 의붓아들을 7시간 동안 여행가방 속에 감금했다가 숨지게 한 혐의(살인죄 등)로 기소된 여성이 18일 항소심 공판에서 “(아이를 가방에 넣는 행위를) 다른 사람이 했다면 이해할 수 없다. 내가 신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고법 형사1부(이준명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30분 316호 법정에서 살인·상습 아동학대·특수상해죄 피고인 A(41)씨 사건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을 열었다. A씨는 지난 6월1일 정오부터 저녁까지 동거남의 아들인 B(9)군을 중형 여행가방 안에 7시간 감금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군을 10여 차례 학대하거나 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이날 법정에 출석한 A씨를 상대로 직접 심문을 진행했다. A씨는 “친자녀를 훈육할 때도 가방에 넣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이들(친자녀)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며 “그래서 그런 훈육을 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다.
또 “아이를 어떻게 가방에 감금할 생각을 했느냐”는 질문에는 “처음에는 옷장에 가뒀는데 점점 강도가 세졌다”고 말했고, 재판부가 누군가 친자녀를 가방에 감금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가정한 뒤 ‘다른 사람이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을 들었다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가’라는 취지의 질문을 하자 “이해할 수 없다”면서 “신고했을 것”이라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이에 재판부는 A씨를 향해 “상식적이지 않은 이런 일을 알게 됐다면 누구나 구출하려고 하지 않겠느냐”면서 “그런데도 피고인이 왜 거꾸로 이런 행동을 하게 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A씨는 지난 6월1일 B군이 “게임기를 고장낸 것에 대해 거짓말을 한다”며 낮 12시쯤 B군을 가로 50㎝·세로 71.5㎝ 크기의 대형 여행가방에 가뒀다가 3시간 뒤 A군이 해당 가방 안에서 용변을 보자 다시 가로 44㎝·세로 60㎝ 크기의 중형 여행가방에 들어가게 한 후 지퍼를 잠갔다.
A씨는 B군을 가둬놓고 3시간가량 외출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B군은 같은 날 오후 7시25분께 중형 여행가방에서 심정지 상태로 119 구급대에 의해 발견됐다. 의식불명이었던 B군은 인근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이틀 만인 지난 3일 오후 6시30분경 숨졌다. 사인은 저산소성 뇌 손상 등이었다.
이에 검찰은 A씨가 피해자 사망 가능성을 예견했다고 보고, 아동학대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 지난 7월 진행된 첫 공판에서도 검찰은 “성씨는 아들을 가방에 가둬뒀으며 가방에 올라가 수차례 뛰기도 하고, 숨쉬기 힘들다고 수차례 호소함에도 가방안으로 헤어 드라이기 바람을 넣기도 해 아들이 사망할 수 있다고 예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반면 변호인은 “가방위에서 발이 떨어질 정도로 높이 뛰지는 않았으며 뜨거운 바람도 가방 안에 헤어드라이어를 넣고 틀은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온 손에 쏘였다”면서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는 아니고, 그럴 의도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후 1심을 맡은 대전지법 천안지원 형사1부(채대원 부장판사)는 지난 9월 A씨에 대해 “아이에 대한 동정심조차 찾아볼 수 없고 그저 분노만 느껴진다”며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검찰은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는 태도를 보이는 데다 아동을 대상으로 저지른 범죄기 때문에 엄벌이 필요하다”며 “죄질보다 1심 형량이 너무 가벼워 무기징역 구형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재범 위험성이 높은 만큼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도 명령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맞서 피고인 측은 “살인 의도가 없었고,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항변했다.
A씨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은 다음 달 16일 오후 2시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