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美 GM 부사장 "한국GM 미래 의문…노조 때문에 신규 투자·생산 배정 어려워"

스티브 키퍼 해외사업부문 대표 로이터통신 인터뷰

"노조가 한국 경쟁력 없는 국가로 만들어"

"한국에 계속 투자할 수 있다는 자신감 잃고 있다"

중국생산 등 한국 사업 철수 대안까지 언급

한국GM 부평공장./박한신 기자한국GM 부평공장./박한신 기자



회사의 누적되는 적자에도 임금 인상과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한국GM 노동조합에 대해 미국 GM 본사 최고위 임원이 한국 철수 가능성을 시사하며 경고했다. 국내 생산 물량을 중국 등 다른 국가로 돌리는 구체적 방안까지 이례적으로 언급하는 등 자동차 업계에선 해당 발언이 단순한 엄포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스티브 키퍼 미국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대표는 18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노조의 파업으로 인해 1만7,000여대의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며 “한국GM 노조는 차량 생산 차질을 인질로 잡고 회사에 재정적 타격을 주고 있고, 이 같은 노조의 행태는 한국을 경쟁력 없는 국가로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키퍼 부사장은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GM 본사의 최고위급 인사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한국GM에 신차 배정과 투자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수주 내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장기적인 영향은 GM의 한국 철수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GM은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한 뒤 나머지 사업에 신규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면서 산업은행과 10년 간 한국을 떠나지 않기로 약속한 바 있다. 키퍼 부사장은 이를 두고 단기적으로는 한국 철수가 어렵지만 장기적인 미래는 의문인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한국에 남기로 한 지 2년 만에 GM이 한국을 떠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를 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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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조 조합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한국GM 노조 조합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일각에선 노조 파업이 계속될 경우 GM이 10년을 채우지 않고 한국에서 떠나기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GM은 최근 수 년 간 급진적인 전기차 전환 계획을 통해 해외 사업 대부분을 접었다. 한국에서는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데서 사업재편을 마무리 했지만 당시 GM이 국내 공장 1~2개를 더 폐쇄하려 했다는 게 자동차 업계의 중론이다. GM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미국 현지 공장까지 문을 닫거나 전기차 전용 공장 등으로 전환했다. 국내 전투적인 노동조합이 개선되지 않으면 현재 진행형인 사업 재편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소송을 불사하고라도 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키퍼 부사장은 GM이 한국에서 2023년 생산하기로 한 차량을 언급하며 “이 모델이 작동하길 원하지만 우린 한국에 계속 투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그는 “GM은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에 연간 5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다른 옵션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GM 노조는 2020년 임단협 교섭에서 조합원 1인당 2,200만원의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GM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조4,447억원의 누적적자를 낸 뒤 지난해에도 3,202억원의 적자를 냈다.


박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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