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동향

“고유권한 침해다” 한은, 지급결제 권한 놓고 금융위와 충돌

금융위, 한은 반대에도 개정안 국회 전달

코로나 위기 상황인데 갈등 만든다 비판도

이주열 한은 총재 /연합뉴스이주열 한은 총재 /연합뉴스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지급결제 권한을 두고 충돌했다. 한은은 금융위가 지급결제를 직접 감독하겠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자 “고유권한 침해일 뿐 아니라 중복 규제”라며 강하게 반대 목소리를 냈다.

18일 한국은행은 금융위가 국회에 제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금융위 개정안은 한국은행법에 따라 한은이 수행하고 있는 지급결제제도 운영·관리 업무와 충돌이 불가피하고 이는 한은의 권한을 침해할 뿐 아니라 중복규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은이 다른 기관이 추진하는 법안 개정안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한은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낸 이유는 금융위가 전자지급거래청산을 제도화한다는 이유로 한은이 수행 중인 지급결제 업무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가지려는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마련한 개정안에는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신설하고, 금융위가 이에 대한 허가와 자료제출 및 검사 권한을 갖는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해당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윤관석 정무위원장에게 전달해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를 요청한 상태다. 한은은 금융위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의 최종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은성수 금융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두 기관이 충돌하는 지점은 지급거래청산이다. 지급거래청산은 A은행에서 B은행으로 자금을 이체할 때 두 은행 사이에서 채권·채무관계를 지급수단을 이용해 해소하는 것을 말한다. 인터넷뱅킹으로 이체할 경우 은행끼리는 실제 돈을 주고 받지 않고 메시지만 보낸 뒤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 다음 날 개별 은행이 보유한 한은 계좌에서 돈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빅테크나 핀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이해관계가 다양해졌기 때문에 자금세탁을 막기 위해서라도 직접 모니터링을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지급결제제도 관리가 중앙은행 고유권한이라는 것이다. 한은법 28조는 한은 금통위가 지급결제제도의 운영 및 관리에 관한 기본적 사항을 심의·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은행끼리 정산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 최종대부자로서 일시적으로 유동성을 지원해야 하는 만큼 다른 나라에서도 중앙은행이 맡고 있는 업무다. 한은은 금융위가 주장하고 있는 모니터링 등도 이미 하고 있기 때문에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신설할 필요도 없다는 입장이다. 최종대부자 역할을 할 수 없는 금융위가 지급결제 업무를 맡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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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융위는 한은이 이전부터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일방적으로 개정안을 만들어 법제화를 시도하고 있다. 한은은 지난 3월부터 금융위 요청에 따라 디지털 지급거래청산업 신설·지정 및 오픈뱅킹의 법제화에 대해 협의를 진행해왔다. 이 과정에서 금융위가 금융결제원을 포함하는 청산기관에 대한 포괄적인 감독권을 행사하겠다고 하자 반대 입장을 낸 바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책 당국이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양 기관이 갈등하는 모습은 전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융위는 국회에 제출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공개하고 중앙은행의 고유 업무를 침해하는 해당 조항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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