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스포츠 문화

내년 오스카, 넷플릭스 잔치 되나

코로나에 전통 영화산업 고사 속

넷플릭스는 신작 줄줄이 선보여

'트라이얼...' '힐빌리의 노래' 등

대중성에 작품성까지 두루 갖춰

상당수 작품 수상 후보 오를 듯

영화 ‘맹크’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영화 ‘맹크’ 스틸컷./사진제공=넷플릭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에 이어 ‘힐빌리의 노래’, ‘맹크’까지 모두 주목하라.


내년 4월 오스카를 향한 넷플릭스의 독주가 시작됐다. 지난 2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기존 영화 제작·배급 강자인 소니와 디즈니 등을 제치고 24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 기록을 세우며 영화 시장에서 영향력을 과시했던 넷플릭스가 올해는 눈에 띄는 외부 경쟁자 없이 홀로 질주하고 있다. 코로나 19 여파로 전통 영화 산업은 붕괴 직전인 반면 넷플릭스는 막대한 자본력과 유료 시청자를 기반으로 대중성은 물론 작품성까지 갖춘 신작들을 예년보다 더 많이 내놓는 모양새다. 결국 내년 오스카의 상당수가 넷플릭스 작품에 안길 것이라는 전망이 외신을 중심으로 우세해지고 있다.

18일 영화계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오스카를 노리는 작품들은 영화제 직전 가을·겨울 시즌에 개봉한다. 대중은 물론 심사위원단의 시선을 잡기에 적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영화관들이 개점 휴업인 상황이어서 상영관에서 유력 후보작을 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대신 이 같은 제약이 없는 넷플릭스는 오스카를 노릴 만한 작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이달까지 줄줄이 공개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힐빌리의 노래’, ‘맹크’가 대표적이다. 모두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아카데미상 후보작으로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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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첫 선을 보인 ‘맹크’는 실존 인물인 허먼 맹키위츠가 영화 역사상 최고 걸작 중 하나인 ‘시민 케인’ 각본을 쓰는 과정을 담았다. 1930년대 미국 영화계의 어두운 면을 다뤘는데 현재 시점과 플래시백을 오가며 할리우드는 물론 미국의 정치, 사회상까지도 담아낸다. 데이빗 핀처 감독이 극작가인 아버지가 30년 전인 생전에 쓴 각본을 넷플릭스의 도움으로 영상화했다. 주연을 맡은 게리 올드만의 연기도 명불허전이다. 시대에 적당히 순응적이면서도 할 말을 거침없이 하는 맹크를 연기하며 압도적 존재감을 보인다. 여배우 매리언 역할을 맡은 아만다 사이프리드도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맹크’가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등 주요 부문 후보에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7’ 스틸컷. /사진제공=넷플릭스


앞서 공개됐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와 ‘힐빌리의 노래’도 만만치 않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작품상, 감독상 등과 더불어 사샤 바론 코엔, 에디 레드메인 등 주요 배우들의 후보 지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미 ‘러스트벨트’ 지역 노동계층 가족의 삶을 그린 ‘힐빌리의 노래’의 경우 이미 넷플릭스가 에이미 애덤스와 글렌 클로즈를 각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후보로 올리기 위한 캠페인에 들어간 걸로 전해진다.

개봉 예정작도 만만치 않다. 다음 달 공개되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조지 클루니가 감독 겸 주연을 맡으며 화제가 된 작품으로, 원인 불명의 재앙을 당한 지구 종말 이후를 배경으로 한 포스트 아포칼립스물이다. 메릴 스트립, 조 엘런 펠먼 등이 주연을 맡은 ‘더 프롬’은 토니상 후보에 올랐던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각색해 만들었다. 졸업파티에 갈 수 없게 된 시골 소녀의 이야기를 듣고 브로드웨이 스타들이 자신들의 이미지 재건과 소녀의 소원 성취를 위해 나서며 벌어진 이야기를 다룬다. 외신에선 이미 작품상과 메릴 스트립의 여우주연상 노미네이트 등을 예상하는 기사들을 내놓고 있다.

영화 ‘더 프롬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영화 ‘더 프롬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결국 국내에서는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이 ‘넷플릭스’ 모시기에 나섰다. 올초 코로나 유행 초기에만 해도 극장을 건너 뛰는 영화에 대해 냉랭했으나 생존을 위해 이들 작품에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다. 대신 극장 개봉과 넷플릭스 공개 사이 기간(홀드백)을 2주 정도 두기로 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앞으로도 매년 연말 무렵에 작품성 있는 영화들이 이런 방식으로 계속해서 공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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