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열악한 수입구조 택배·배달 노동자, 공적지원 필요"

부산연구원 '부산시 플랫폼 노동자 실태와 공적지원 방안' 발표

열악한 수입구조, 위험한 노동환경, 불안한 고용환경 노출

플랫폼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보호 위한 공적지원 필요

택배, 배달 등 플랫폼 노동자의 과로사 및 열악한 노동여건이 사회적 과제가 된 가운데 부산지역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가 나왔다. 이들은 열악한 수입구조와 위험한 노동환경, 불안한 고용환경에 노출돼 있어 부산시 차원의 공적지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지역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연구원은 1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부산시 플랫폼 노동자 실태와 공적지원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플랫폼 노동은 플랫폼을 통해 일감과 보수 또는 소득을 얻는 일자리를 말한다.


부산지역 플랫폼 노동자는 2020년 6월 현재 6만여 명으로 추정됐다. 이는 부산시 취업자의 3.7%에 해당한다.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대리운전 8,000여 명, 음식배달 4,000여 명, 쿠팡플렉스 참여자 3,000여 명, 퀵서비스 2,300여 명 등으로 추산됐다. 이외 개인 번역, 애니메이션 기초작업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노동자군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연구원이 지난 7월 17~27일 부산지역 플랫폼 노동자 35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79.1%가 현재 하는 플랫폼 노동이 전업으로 나타났다. 이는 플랫폼 노동을 통해 얻는 수입이 가구 전체 소득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플랫폼 노동 유형별 월 순수입을 살펴보면 대리운전 109만7,900원, 퀵서비스 98만9,100원, 음식배달 184만6,600원, 쿠팡플렉스 참여자 114만6,200원으로 조사됐다. 이들 플랫폼 노동자들은 일감 감소와 높은 수수료, 고정비 등 플랫폼 노동을 위한 지출 비용의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운전, 퀵서비스는 수수료가 운임의 20%를 웃돌았다.

일감 기준으로 보수가 결정되는 플랫폼 노동의 특성 탓에 소득을 높이기 위한 무리한 노동으로 안전사고와 질병의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플랫폼 노동자의 74.3%가 교통사고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고 41.2%는 플랫폼 노동을 하며 건강이 점점 나빠진다고 응답했다. 플랫폼 노동자의 28.9%는 플랫폼 노동 과정에서 교통사고를 경험했고 30.9%는 다친 적이 있다고 했다.


건강검진 받을 시간을 확보하지 못해 질병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7%가 플랫폼 일과 관련한 새로운 질병이 발생했다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고연령층이 많은 대리운전(44.3%)과 퀵서비스(23.8%) 종사자의 질병 발생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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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 플랫폼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과제./사진제공=부산연구원부산지역 플랫폼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과제./사진제공=부산연구원



플랫폼 노동자의 급격한 증가로 고용 안정성도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플랫폼 노동자의 64.9%는 ‘일거리가 줄어들까봐 걱정’이라고 했다. 대리운전과 퀵서비스의 고용불안이 높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일감 감소와 고용불안이 심화돼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대리운전은 36.4%, 퀵서비스는 33.3% 일감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노동환경도 취약했다. 일감을 얻기 위한 대기시간이 길지만 열악한 휴게시설로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플랫폼 노동자의 63.7%는 휴게시설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쉬기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일에 대한 자긍심도 낮았다. 플랫폼 노동자의 10명 중 3명은 플랫폼 노동을 숨긴 채 일하고 있었다. 플랫폼 노동의 가장 큰 장점인 업무의 자율성도 높지 않은 편이었다. 68.3%가 ‘일하고 싶지 않은 날이나 시간에 일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응답했다. 일감 배정 불이익이나 평가제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통제된다는 것이다.

노동과정에서 금전적 손실과 고객의 폭언으로 인한 감정노동의 수행 등 다양한 형태의 불이익을 경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플랫폼 노동자의 64.6%가 고객의 폭언, 폭행, 인격무시 등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26.6%는 월 1회 이상 이 같은 일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 중 손실을 자체 비용으로 처리한 비율도 50.6%나 됐다.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자 의식은 낮은 편이어서 43.7%가 자신이 노동자라고 응답했다. 플랫폼 일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일을 하고 싶지만 구하지 못해서’(31.1%), ‘일을 구하기 쉬워서’(27.7%), ‘일하는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서’(21.1%) 순으로 조사됐다.

이번 보고서 책임연구를 맡은 손헌일 연구위원은 “실태조사 결과 부산지역 플랫폼 노동자들은 열악한 노동조건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중앙정부의 법, 제도 개선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부산시의 신속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으로 보호의 필요성이 인정되고 향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부산시의 역할 모색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부산지역 플랫폼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정책 과제로 ILO(국제노동기구)의 권고사항을 적극 반영해 저임금 해소, 안전권 보장, 조직화 지원, 고용안전망 확대, 노동환경 개선방안 등 15가지의 공적지원 과제를 제시했다.
/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

조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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