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내로남불, 호화파티 참석 후 모임제한 조치

개빈 뉴섬 주지사, 방역수칙 어기고 로비스트 생일파티 참석

미 코로나 내로남불…주의원들은 하와이 외유

여행 경보 내려졌는데 일부 주의원들은 하와이로 공짜 외유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참석한 로비스트 생일파티./트위터 캡처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참석한 로비스트 생일파티./트위터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100만 명을 넘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고위 선출직 공직자들이 잇따라 방역 수칙을 무시하는 ‘내로남불’ 행태를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개빈 뉴섬 주지사는 스스로 강조해온 코로나 방역 수칙을 어긴 채 호화 파티에 참석하는 위선적인 행태를 보였고, 캘리포니아 주의원들은 하와이로 단체 외유를 떠나 도마 위에 올랐다고 1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뉴섬 주지사는 지난 6일 나파밸리의 고급 프랑스 식당에서 열린 로비스트 생일 파티에 참석한 것이 들통나 강력한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뉴섬 주지사는 20년 지기이자 정치 자문 역할을 해온 로비스트 제이슨 키니의 50번째 생일 축하 만찬에 부인과 참석했고, 이 자리에는 12명이 동석했다.

파티 장소는 1인당 기본 식사 요금이 350달러(38만 원)인 미슐랭(미쉐린) 별 3개짜리 고급 식당이었고, 참석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어깨를 맞댈 정도로 붙어 앉은 장면이 현지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뉴섬 주지사는 논란이 커지자 기자회견을 열고 “나쁜 실수를 저질렀다. 나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서 바로 집으로 돌아왔어야 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나의 행동은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내가 항상 설파해온 정신과 모순된다”며 “설교만 할 게 아니라 나 스스로 실천이 필요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뉴섬 주지사가 사과한 뒤로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가족 모임 제한, 여행 경보 발령, 식당 영업시간 제한 등을 담은 조치를 잇달아 발표해 더욱 빈축을 샀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주 정부의 코로나 방역 조치는 뉴섬 주지사가 참석했던 생일 파티와 배치된다”고 꼬집었고, AP통신은 “뉴섬 주지사의 신뢰도는 타격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AP 연합뉴스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AP 연합뉴스


이와 함께 캘리포니아주가 코로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여행 경보를 내린 상황에서 캘리포니아 주의원 4명을 비롯해 텍사스와 워싱턴주 주의원 등 모두 20명이 하와이로 단체 외유를 떠나 ‘내로남불’ 논란을 부채질했다.


주의원들은 ‘인디펜던트 유권자 프로젝트’라는 단체 주관으로 하와이주 마우이섬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정책 콘퍼런스 연례 행사에 참석했고, 일부 의원은 여행 경비까지 주최 측에서 받았다고 LAT는 보도했다. 이 행사는 겉으로는 정책 토론회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사실상 로비스트와 기업, 노동단체 등 입법 활동에 이해관계가 걸린 당사자들이 대거 참석해 자금을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회의에 참석했던 캘리포니아 주의원들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참석자들은 주최 측으로부터 각각 3,500달러(386만 원)를 지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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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노이주에서도 최근 소셜미디어에 오른 사진을 놓고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주지사의 딸이 주 당국의 제재를 어기고 친구들과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으나, 주지사 측은 “허위 게시물”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일리노이주는 10명 이상의 실외 모임을 금지하고 있다.

트위터 사용자 DP 로버츠는 최근 소셜미디어에 시카고 도심 고층빌딩의 한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에 젊은 남녀 15명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모습의 사진을 올렸다. 로버츠는 사진 속 일행 중 한 명이 J.B. 프리츠커(55·민주) 주지사의 딸 테디(18)라고 주장했다.

로버츠는 “실외 모임 인원이 최대 10명으로 제한된 상황에서 프리츠커 주지사의 딸은 지난 주말 ‘시카고 컷 스테이크 하우스’에서 식사를 즐기며 이 조치에 따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글을 붙였다. 프리츠커 주지사실은 곧 사진 속 인물이 주지사의 딸 테디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게시물은 소셜미디어에서 빠르게 퍼져나가며 “특권층은 코로나19 방역수칙 예외 대상인가”라는 등의 거센 비난을 불렀다. 이와 관련 프리츠커 주지사는 18일 “허위 게시물로 수많은 협박 메시지를 받고 있다”며 “나와 반대 입장에 있는 정치인과 일부 매체가 의도적으로 내 딸을 이용해 반감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그는 “정치인 아버지를 둔 탓에 공격 대상이 된 여고생 입장이 되어 보라. 나를 비난하고 공격하는 것은 감내할 수 있지만, 내 아이들을 건드리는 것은 선을 넘는 행동”이라며 “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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