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069960)그룹이 CJ올리브영부터 복지몰·배달대행 업체들까지 시장에 나오는 다양한 매물에 잇달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모태이자 주력인 소매 유통업의 수익성이 갈수록 떨어지자 본업과 연계된 사업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가능한 이종 사업에서 꾸준히 신성장동력을 찾는 모습이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고급 더마 화장품 브랜드를 비롯해 배달대행 업체 등 인수를 추진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인 현대드림투어는 복지몰 1위 업체인 이지웰의 본입찰에, 현대백화점은 CJ올리브영 소수 지분 인수를 위한 실사에 참여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 회장이 취임한 지난 2007년 전후만 해도 보수적인 사업 기조를 이어갔지만 2010년대 들어서는 거의 매년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잇달아 성사시켰다. 리바트·한섬·에버다임·SK네트웍스패션사업부·한화L&C·SK바이오랜드 등 인수에 투입한 자금이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시내면세점 선정 입찰과 동부익스프레스 인수전에도 참여했었다.
신성장동력을 외부에서 찾는 이유는 주력 사업인 소매 유통업의 성장이 둔화되고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핵심 계열사의 수익성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2015년 22%에 달했던 현대백화점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말 13%로 주저앉은 데 더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올해 3·4분기에는 7%까지 떨어졌다. 현대홈쇼핑(057050)과 현대그린푸드(005440)의 이익률 역시 5년 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재무 안정성은 여전히 뛰어나다. 백화점-홈쇼핑-유통채널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로 효율성을 높였고 식음료업도 범현대가의 계열사들을 안정적인 매출처로 확보하고 있는 덕이다. 현대리바트와 한섬 등 새 식구가 된 회사들 역시 업계 선두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들의 부채 비율은 지난 5년간 20%에서 50%대를 이어가고 있으며 현금 흐름 역시 안정적이다. 그룹 내 현금 보유액은 총 차입금 규모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해왔다. 여기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현대HCN을 KT스카이라이프에 매각해 5,201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 밖에 현대백화점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금융 자산 포함)만 1조원을 웃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이 업종을 불문하고 다양한 매물들을 꾸준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본업인 유통과 관련된 사업뿐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가능한 이종 산업에 대해서도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