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이제야 내가 마실 맥주를 알았다!

[책꽂이] 맥주를 만드는 사람들

윌리엄 보스트윅 지음, 글항아리 펴냄




곡물은 인류를 바꿔놓았고 곡주(穀酒)는 문명사를 이끌었다. 여기서 곡주는 맥주다. 곡식을 기반으로 노동과 정착생활이 시작되고 법과 정치 제도가 생기면서 형성된 것이 바빌로니아 제국이다. 바빌로니아인들은 맥아 만드는 법을 연구했다. 맥아가 있어야 빵도 맥주도 만들기 때문이다. “빵은 구워서 건조 시킨 맥주였고, 맥주는 걸쭉하게 만들어 발효한 빵이었다.”

논쟁과 찬사를 불러일으키며 온라인 맥주 사이트에서 1위에 오르는 맥주 ‘베스트블레테렌12’. 이 수제맥주를 만드는 성 식스투스 수도원은 시간당 8만5,000통의 전화를 받는다고 한다. 수 세기를 관통해 존재했고 황홀과 경건이 공존하는 ‘구운 바나나 숲’과 ‘나뭇잎과 송로버섯’ 맛이 나는 귀한 맥주를 구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그 정도로 많다는 뜻이다. 수도원이 있는 작은 마을에 가서 암시장에 되팔지 않겠다는 엄숙한 선서와 함께 1인당 최대 48병까지만 구입할 수 있는 술이다. 초기 교회와 수도원은 와인을 떠받들며 맥주를 낮게 봤지만, 기독교 전파라는 대의명분 아래 이교도의 술인 맥주를 다시 보게 됐고 ‘수도원 에일’이라 할 수 있는 맥주 생산에까지 이르렀다.


집에서 수제맥주를 만드는 ‘홈맥주’가 유행이라는 요즘, 신간 ‘맥주를 만드는 사람들’은 맥주의 기원을 파헤치고 이를 인문학적으로 풀어 설명한다. 저자는 ‘월스트리트 저녈’ 등에 기고하는 맥주비평가다. 그간 맥주의 ‘맛’에 관해서만 쓰던 중 ‘어디서’ ‘왜’에 대한 근원적 물음이 생겨 맥주가 어디서 생겨난 것인지를 찾아 나섰고 이 책이 탄생했다. 저자가 상정한 사람들은 총 8명. 바빌로니아 시대 사원 노동자, 북유럽의 샤먼과 수도승, 농부, 공장을 소유했던 런던의 기업가, 맥주로 세금을 낸 미국 이민자 1세대와 라거를 미국으로 가져온 독일 이민자, 맥주를 현대로 옮겨온 광고인 등이다. 시대적 상황이 만들어 낸 맥주의 기원과 특징이 맛깔나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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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어(맥주 양조업자)도 인정하는 것이지만 실제로 맥주를 만드는 건 인간이 아니라 효모다.

“맥주를 양조한다는 건 자연을 통제하고 포자를 길들인다는 의미이며, 날것을 요리한 음식으로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브루어의 이야기는 그 변화에 관한 이야기이며, 궁극적으로는 그 변화로 인해 우리가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책을 읽고 나면 내가 어떤 맥주를 언제 마셔야 할지 가닥이 잡힌다. 1만8,000원.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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