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정책

"재정준칙 맹탕 안되려면 총지출 제어해야"

■한경연 ‘재정준칙 도입’ 보고서

“정부 제시案 기준 느슨하고 모호

獨처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해야”

정부가 재정 건전성을 관리하겠다며 제시한 한국형 재정준칙안(案)에 총지출과 재정적자 관리장치가 없어 ‘있으나 마나 준칙’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와 국가채무비율 기준 역시 주요국에 비해 느슨하고 구속력마저 없다는 지적이 함께 제기됐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우리나라 국회의 팽창 지향적 예산편성 성향을 감안할 때 의무지출에 페이고(Pay-Go) 원칙을 적용하고 총지출과 재정수지 적자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9일 이정희 서울시립대 행정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재정준칙 해외 사례 비교 및 국내 도입 방안’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교수는 보고서에서 독일과 스웨덴·미국 등의 사례를 비교분석해 국가별 재정준칙 효과를 따졌다. “재정준칙이 재정 건전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 교수의 결론이다. 강력한 지출 통제와 재정수지 악화 방어장치가 있어야 제대로 된 재정준칙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특히 “재정준칙 운영 성패의 관건은 총지출 증가 통제와 재정적자 관리”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한국형 재정준칙은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 3%와 국가채무비율 60% 기준을 제시하고 국가채무비율을 60%로 나눈 숫자와 통합재정수지를 -3%로 나눈 숫자를 곱한 값이 1 이하가 되면 준칙을 충족한 것으로 본다는 게 골자다. 이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재정준칙은 재정적자 허용폭이 크고 국가채무비율은 산식에 따라 이론적으로 100%도 허용하도록 설계됐다”고 지적했다. 국가채무비율이 100%가 돼도 정부가 제시한 공식을 통해 산출된 값이 어찌 됐든 1만 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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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재정준칙의 한도와 산식을 법이 아닌 시행령에 둬 정부 재량으로 수정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 교수는 “독일은 재정수지 목표 등을 헌법에 명시하고 구체적인 예외규정은 연방법률로 정한다”며 “한국도 재정준칙을 국회 통과가 필수인 법률에 규정하고 적용 예외는 최소화하면서 이를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그러면서 한 번 늘리면 줄이기 어려운 ‘경직성 예산’인 의무지출에 페이고 원칙을 적용하고 이와 함께 총지출 제한과 채무 제한을 결합한 형태로 재정준칙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무지출에 재원조달 방안을 명시하도록 하는 페이고 적용만으로는 의무지출 총액 증가와 재정적자 확대를 막을 수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는 “의무지출과 재량지출을 합한 총지출을 제한하는 준칙을 병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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