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홋카이도가 겨울 관광 대목을 앞두고 속을 태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주 연속 100명을 넘어선 가운데 호텔과 관광시설에서 예약 취소가 멈추지 않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국내 여행객과 수학여행을 오는 학생들의 발길이 뚝 끊길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3대 축제 중 하나인 삿포로 눈 축제도 개최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19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홋카이도에서 아이누족 문화를 배울 수 있는 민족공생상징공간에는 이달 들어 겨울 수학여행 단체예약을 취소하겠다는 학교의 연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18일 기준 취소한 곳이 40곳으로 학생 수를 합치면 5,000명에 달한다. 남쪽 지방인 규슈나 시코쿠의 고등학교에서 홋카이도로 수학여행을 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하게 된 것이다. 아이누족문화재단의 한 관계자는 “추위에 익숙하지 않은 지역 학교일수록 홋카이도에 가는 데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홋카이도 내 숙박업계도 울상이다. 일본 정부의 여행 장려 캠페인인 ‘고 투(Go To) 트래블’로 숙박 수요가 늘었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상황은 급반전했다. 지역 내 한 호텔그룹의 고위 관계자는 “연회 예약은 거의 취소됐다”고 설명했다.
내년 2월에 열릴 예정인 겨울 간판 이벤트 삿포로 눈축제도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닛케이는 “내년에는 명물 대설상을 만들지 않는 식으로 축소 개최하는 쪽으로 운영 방향이 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삿포로 눈축제 실행위원회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아직 개최 (여부) 조차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 축제가 개최되는 오도리공원에선 이달 20일에 삿포로시가 주최하는 ‘삿포로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이 개막된다. 그러나 이 축제마저도 현 감염 속도로는 개최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고 마이니치는 전했다.
한편 이날 일본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는 처음으로 2,000명을 넘었다. NHK 집계에 따르면 전날 일본 전역에서 확인된 코로나19 감염자는 2,201명이었다.
일본의 하루 확진자가 2,000명대로 올라선 것은 올 1월 16일 첫 감염자가 발표된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2만4,256명으로 늘었다.
최근 일본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를 보면 14일 1,735명에서 15일 1,440명, 16일 950명으로 줄었다가 17일 1,698명으로 늘어난 바 있다.
전날 지역별 신규 확진자는 도쿄도 493명, 오사카부 273명, 홋카이도 233명, 가나가와현 226명 순으로 많았다.
일본에서 코로나19 3차 유행이 본격화하자, 지자체별로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쿄도는 이날 전문가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감염상황을 4단계 중 가장 높은 경계 수준으로 끌어올릴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일 전문가 등의 참여하는 코로나19 분과회를 열고 집단감염 대책 강화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