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서구권의 문화 콘텐츠를 소비하던 문화적 주변국에서 한류라는 문화 콘텐츠를 수출하는 문화강국의 지위에 올랐습니다. 여러 문화권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문화교류에 영향을 끼치는 주체가 될 수 있는 세계문화국제연합(GCN) 설립을 주도해야 합니다.”
정경배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20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리더십한림원 주최 제5차 정책토론회에서 ‘융합혁명과 초강균형’이라는 주제로 “‘알타이문화벨트’를 활용한 한류 세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알타이문화권은 한국을 포함해 터키·몽골·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을 아우른다. 이들 국가 중 투르크메니스탄 등 옛소련 독립국가들은 장기간 러시아문화권에서 말살된 경제·문화·언어 분야를 되살려 정체성을 복원하려는 요구가 있으나 경제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 전 원장은 먼저 한류의 뿌리인 알타이문화권 국가들의 문화 발굴과 보존·융합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몽골·터키 등의 설화를 시작으로 소수민족의 음악·미술·민속 등을 적극 발굴해 알타이문화권 국가의 동질성을 회복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티베트와 몽골을 거쳐 만주까지 전해 내려오는 ‘게세르 신화’가 대표적이다. 그는 “문화 콘텐츠 산업에서는 동일문화권 국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활용해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충족시킬 상품을 개발하는데 게세르 신화 같은 영웅 서사시가 바로 고부가가치 재화를 창출하는 ‘상품화 창작 소재’”라고 소개했다.
알타이문화권에 부는 한류 바람도 마찬가지다. 몽골·터키 등에서는 한국 드라마, 영화, K팝 등 폭넓은 한류 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한국 방문, 한국어 학습 등 한국 문화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 전 원장은 “가장 긍정적인 효과는 국가 이미지 개선과 고취”라며 “발전된 한국 사회에 대한 동경을 자극해 한국이 문화 선진국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키고 다양한 이득을 얻는 원소스멀티유즈(OSMU)가 실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전 원장은 최종적으로 세계 각국의 문화를 복원하기 위한 문화·기술·경제·자원의 연대 형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한류 세계화를 위해서는 알타이문화벨트를 넘어 동남아시아와 인도 및 아랍, 아프리카, 중남미까지 문화권 사이의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며 “세계문화국제연합을 통해 강대국의 패권주의에 희생된 문화 복원과 발전을 위한 연대를 형성해 문화뿐 아니라 경제와 자원을 공유하는 문화까지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