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에 미국 연방정부 차원의 사형 집행이 재개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마지막 순간까지 형 집행에 나섰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사형수는 성폭행과 살인을 저지른 올란도 홀(49)로, 인디애나 테러호트 연방 교도소에서 약물 주입 방식으로 형이 집행됐다. 연방 정부 차원에서 사형이 재개된 이후 흑인에 대해 약물 주입 방식으로 사형을 집행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홀은 지난 1994년 텍사스에서 마약 거래상 두 명이 돈을 받고도 마리화나를 넘기지 않았다며, 이들의 16세 여동생을 납치해 성폭행하고 잔인하게 살인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26년간 복역했다. 홀의 변호인은 사형 집행에 약물 사용이 법률 위반이며, 흑인인 그가 백인만으로 구성된 배심원단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절차상의 문제점을 근거로 막판에 집행 중단을 요청했으나 연방대법원은 이를 기각한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연방 정부 차원의 사형 집행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했다. 당선될 경우 의회에서 연방 정부의 사형 집행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키고, 주 정부에 대해서도 사형 집행 중단을 권장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홀을 포함해 내년 1월까지 형 집행이 예정된 사형수 3명은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마지막 사형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모두 사형 집행을 유보해달라는 신청을 법원에 낸 상태다.
오는 12월 8일에는 지난 2004년 살인을 저지르고 복역 중인 리사 몽고메리에 대한 사형 집행이 예정됐다. 몽고메리는 지난 1953년 이후 처음으로 연방 정부 차원에서 형이 집행되는 여성 사형수다. 몽고메리의 이복 자매인 다이앤 매팅리는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만이라도 사형 집행은 연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대법원이 사형수들의 신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을 낮게 봤다. 최근 대법원은 형 집행을 중단해달라는 사형수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가세로 더욱 보수화됐다는 평가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