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최대 무역협정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성공시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에는 개방 수준이 더욱 높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가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후보의 대통령 당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CPTPP 참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글로벌 무역체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20일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화상 정상회의 연설에서 “중국은 RCEP 체결을 환영한다”며 “중국의 CPTPP 가입도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개방과 포용, 성장, 상호 연계와 소통, 협력과 공영의 아태 운명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중국을 배제하고 일본·호주·캐나다 등 핵심 우방국을 주축으로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만들었다. 하지만 자국 이익을 앞세워 고립주의로 선회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일자리를 빼앗는다”며 이미 체결된 TPP에서 탈퇴했고 일본 등 나머지 국가들이 수정해 만든 CPTPP는 유명무실해졌다.
당시 아시아·태평양을 둘러싼 경제협정 추진과정은 중국 주도의 RCEP와 미국 주도의 TPP로 양분된 상황이었지만 미국의 TPP 탈퇴로 무게의 중심축은 RCEP로 기울었고 중국 등 15개국은 최근 RCEP 협정에 서명했다.
미국 대통령이 트럼프에서 바이든 당선인으로 바뀐다 하더라도 미국이 곧바로 CPTPP에 가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CNN은 “바이든이 미국 주도의 통상질서 수립을 놓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했다. 중국 주도의 RCEP 출범에 대응할 필요성은 느끼지만 미국 노동자 계층의 요구를 무시하고 당장 TPP와 같은 다자 무역 체제로 복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CPTPP에 가입한다면 CPTPP가 활성화되는 한편 일본을 제치고 곧장 주도국이 될 수 있다. 일단 가입 협상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도 다자체제의 적극적인 수호자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시 주석으로서는 국제 무역체제의 주도권 강화를 위한 ‘꽃놀이패’인 셈이다.
가오펑 중국 상무부 대변인도 지난주 정례 기자브리핑에서 중국이 CPTPP 가입 문제를 고려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중국은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언급 이후 중국 관영매체들도 적극적인 CPTPP 띄우기에 나섰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2일 왕후이야오 세계화센터 주임의 말을 인용해 “CPTPP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자유무역협정으로 중국이 가입에 관심을 두는 것은 개방 심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