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영업점 묶고 키우고...시중銀 대면채널 혁신 경쟁

신한 '커뮤니티'·국민 'PG' 이어

우리銀 거점영업체계 'VG' 도입

점포간 소모전 막고 협업 강화

대면서비스 경쟁력 높여 승부







은행들이 점포 혁신 실험의 고삐를 죄고 있다. 지역 내 거점 점포를 중심으로 주변 영업점 여러 곳을 묶어 영업 전략과 고객 관리, 이에 따른 인력 운영과 성과 평가까지 함께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미 이체·예금 같은 단순 업무를 위해 창구를 찾는 소비자가 급감한 상황에서 인접 영업점끼리 제 살 깎아 먹기 소모전을 벌이는 대신 협업을 통해 차별화된 대면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내년 1월부터 전국 모든 지점을 대상으로 거점 영업 체계인 ‘VG(Value Group·같이그룹)’ 제도를 시행한다. 전국 840곳 지점 가운데 격지·교내 등 특수점포를 제외한 일반 지점 676곳과 출장소 107곳을 117개 그룹(VG)으로 묶는 작업이다. VG당 거점 점포 한 곳이 인접한 영업점 5~8곳을 관리하며 평가와 인사 배치도 개별 영업점이 아닌 그룹 단위로 이뤄진다. 자전거 바퀴처럼 하나의 축(허브)을 중심으로 여러 개의 바퀴살(스포크)이 연결된 모양새다. 거점 점포를 선정하고 영업점을 나누는 작업은 도심과의 근접도, 지방 교통수단 접근성, 다양한 점포 유형 분포 등을 기준으로 했다.


VG 제도는 우리은행이 이제까지 전체 영업점의 30%에 한해 운영해온 TG(투게더그룹)을 전행 차원으로 확대한 것이다. 핵심은 영업점 간 경쟁을 자제하고 협업을 유도하는 데 있다. 기존에는 모든 영업점이 한정된 자원으로도 예금·기업금융·자산관리 등 모든 창구를 열어두고 인접 영업점과 성과 경쟁을 벌여야 했다. 가령 서울 구로구에는 4㎢ 범위 안에만 우리은행 영업점이 12곳 포진해 있어 서로 고객 뺏어오기나 먼 거리까지 나가 영업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심했다. 은행 전체의 수익성과 경쟁력에는 오히려 해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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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평가권·인사권도 개별 지점이 아닌 그룹 단위로 운영하고 영업 전략도 VG가 자율적으로 짤 수 있게 했다. 리테일에 강점이 있는 지점은 리테일에, 중소기업 고객이 많은 지점은 기업금융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모든 지점이 ‘풀 뱅킹’을 제공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지면 디지털금융 점포, 카페형 점포처럼 고객 경험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시도도 할 수 있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지점 간 갈등과 영업 누수를 방지하고 고객 특성을 반영한 영업전략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며 “인터넷은행이나 빅테크 대비 시중은행만의 고유한 경쟁력인 대면 채널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영업점을 ‘묶고 키우는’ 허브&스포크 전략은 비대면 시대를 맞는 시중은행들의 공통 과제다. 이미 신한은행은 ‘커뮤니티’, 국민은행은 ‘파트너십그룹(PG)’, 하나은행은 ‘콜라보그룹’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며 영업점을 진화시키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인터넷은행·빅테크에 맞서 은행만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비효율 점포를 줄여가면서도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에 맞춰 대면 채널을 강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담보대출 고객의 70%, 자산관리 고객의 62%는 여전히 영업점을 선호한다”며 “기존 영업점과 차원이 다른 고객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대면 채널의 역량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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