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계모임이랬는데, 알고보니 노인 대상 폰지사기

금감원, 유사수신업체 투자권유 주의보

유사수신 행위 전년 동기 대비 41.6% 증가

보험 등 금융상품 투자, 플랫폼 사업 빙자 등 수법 진화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의 모습. /연합뉴스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의 모습. /연합뉴스



#. 유사수신 혐의업체 A는 유망한 물품 판매 플랫폼 사업에 투자하면 확정 수익을 지급한다고 약속하면서 투자금을 모집했다. 매일 또는 매월 일정금액을 확정 지급해 수개월 내 투자원금이 회수될 뿐 아니라 평생 확정 고수익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투자자를 유혹했다. 신규 투자자 소개 수당을 지급함에 따라 대부분의 투자자는 빠른 투자금 회수를 위해 지인을 소개하거나 본인 스스로 본인의 하위 투자자로 신규 가입하는 등 결과적으로 다수의 사람이 거액을 투자하게 했다. 투자금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현금이 부족한 경우 물품 구입 대금을 가장한 신용카드 할부 결제를 통해 자금을 모집했다. A업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에 71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초기에는 유사수신 혐의 행위에 대한 제보·신고 민원이 많았으나 최근 카드 결제 취소를 요청하는 민원까지 증가했다.

#. 직장인 B씨는 최근 할아버지가 계모임을 빙자한 유사수신업체로부터 폰지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다. 유사수신 혐의업자 C는 계모임을 조직해 확정 투자수익을 지급한다고 약속하면서 B 씨의 할아버지 등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했다. 혐의자들은 일정규모의 투자금이 모집되면 투자 순서대로 투자금의 10배를 돌려주는데, 5배는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5배는 자동으로 재투자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고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했다. 특별한 수익원이 없고 회원이 많이 가입하면 들어온 순서대로 이익을 얻는다고 유혹하는 전형적인 ‘돌려막기’ 형태로 운영됐다. 주로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노인들에게 익숙한 계 모임을 빙자하고 있으나 지인들끼리 매달 곗돈을 모아 순서에 따라 나눠 갖는 경제적 공동체 ‘전통 계’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었던 것이다.

/서울경제DB/서울경제DB


금감원은 원금과 고수익을 동시에 보장한다고 유혹하는 유사수신업체의 투자권유에 주의하라고 23일 당부했다. 최근 초저금리 기조에 고수익 투자처를 찾는 투자자를 대상으로 ‘원금보장 및 고수익’을 약속하면서 자금을 모집하는 불법 유사수신 행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로 강남 테헤란로 일대의 빌딩 사무실에서 노인, 중장년층 등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올 들어 10월까지 금감원 불법사금융 신고센터에 접수된 유사수신 신고·상담은 555건에 달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1.6% 증가한 수치다. 금감원은 신고대상 업체 중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난 77개사에 대해 수사당국에 수사를 의뢰해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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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수신 행위는 2018년부터 2019년까지 가상통화 투자 빙자 중심에서 올해에는 보험 등 금융상품 투자 또는 물품 판매 플랫폼 사업 빙자 등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가상통화 투자를 빙자해 자금을 모집한 업체 비중은 전년 대비 23.5% 감소했지만 금융상품 투자 빙자와 및 판매사업 등을 빙자한 업체 비중은 각각 12.4%, 7% 늘었다. 특히 당장 여유자금이 부족하더라도 투자할 수 있도록 카드 할부결제를 유도하는 수법도 이용되고 있다.

금감원은 원금과 고수익을 동시에 보장하면서 신규투자자 소개시 소개수당을 지급하는 다단계식 투자권유는 일단 유사수신 행위로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수익모델이 없음에도 사업가능성만 강조하며 고수익과 원금보장을 약속하는 경우 유사수신 업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은 고수익 투자상품이 아닌 미래에 발생할 재해나 각종 사고에 의한 경제적 손해를 보상받는 사전 보호장치일 뿐 고수익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고 보험설계사가 높은 수익률과 원금 보장을 약속하는 경우 투자사기 등 범죄에 연루될 가능성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형식상 물품 및 용역 대금 납입 카드결제라 하더라도 거래의 본질이 투자가 목적인 경우 할부거래 취소가 가능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투자금을 카드로 할부 결제하는 행위는 위험하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이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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