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술을 마시는 임신 여성의 태아는 탯줄을 통해 전달되는 알코올 때문에 뇌 성장 등에 악영향을 받는다. 그 결과 FAS 등 다양한 ‘태아 알코올 스펙트럼 장애’(FASD)를 평생 겪을 수 있다. 신경발달장애 등으로 인해 지적장애를 갖고 태어나거나 지능지수(IQ), 기억력·주의력·판단력과 학습(특히 수학)·의사소통·충동조절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저체중, 작은 뇌·머리 크기와 키, 시력·청력이나 심장·콩팥(신장)·뼈·얼굴 모양 등의 이상, 과잉행동, 유산·사산 위험도 높은 편이다.
최근 국립보건연구원 동물실험 결과 임신 전 음주는 태아 발달저하, 거대아 출산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 음주 산모의 경우 거대아 출산 위험이 2.5배 증가했다.
따라서 이런 위험을 낮추려면 임신 중 술을 마시지 말고, 초기에 임신한줄 모르고 마셨다면 빨리 술을 끊어야 한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알코올 사용장애(중독) 여성은 2018년 1만7,000여명으로 연평균 1.6%포인트 늘어나는 추세다. 임신 여성의 △음주율은 유럽 25%, 미주 11%, 한국 13~16% △1만명당 FASD 유병률은 유럽 198명, 미주 88명으로 추산된다. 2019년 미국 보고자료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에서 63만명의 신생아가 FASD를 갖고 태어나며 평균 34세에 사망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FASD 환자는 사망률도 높았다. 오소연 이대목동병원 태아알코올증후군예방연구소 박사와 박은철 연세대 의대 보건의료연구원 교수팀이 우리나라 인구의 성별·연령별 구성 등에 맞춘 약 111만명의 표본 코호트에서 2003∼2013년 FASD 환자 3,103명과 FASD가 없는 5배수 인구(1만5,515명)의 모든 원인 사망률을 분석해보니 각각 12.5%와 4.7%로 집계됐다. FASD 환자군의 사망률은 1.66배, 나이차 등을 보정한 사망 위험도는 1.33배 높았다. 특히 FASD 환자의 가장 흔한 입원 원인인 신경계 질환으로 입원·사망할 위험도는 FASD가 없는 인구의 52배, 4배나 됐다. 연구결과는 ‘네이처’(Nature)의 자매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됐다.
오 박사는 “자신의 의지에 반해 음주를 멈추지 못하는 알코올 사용장애 여성이 국내에서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이런 임신부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정책적으로 지원해 FAS 종식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알코올 사용장애가 있다면 임신 전 치료해야 한다. ‘날트렉손’ 등 알코올 의존증 치료제는 기형아 출산 위험을 높이고 이런 여성은 FAS 신생아를 낳을 고위험군이기 때문이다.
김영주 태아알코올증후군예방연구소장(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산모가 술을 마시지 않으면 태아의 삶의 질을 현격히 떨어뜨리는 FAS를 100% 예방할 수 있다”며 “임신 중 ‘한 잔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임신 3개월 전부터 술을 끊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임신한 여성의 태아가 알코올·담배 등 부적절한 환경에 노출되면 고혈압·당뇨·대사질환 등을 겪을 수 있는 만큼 임신을 준비하거나 임신 중인 여성은 금주·금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