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마오리족

지난해 10월 초 로라 클라크 뉴질랜드 주재 영국대사가 북섬 기즈번을 찾아 현지 원주민인 마오리(Maori)족 지도부와 비공개로 만났다. 이날 회동은 1769년 영국 탐험대가 기즈번에 상륙한 지 250년을 맞아 성사된 자리였다. 클라크 대사는 이 자리에서 250년 전 탐험대가 마오리족 지도자 등 원주민 9명을 살해한 비극에 대해 뒤늦게 ‘유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들은 영국 왕실이 아닌 정부 차원의 유감 표명인데다 공식 사과도 아니었다며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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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네시아계 원주민인 마오리족과 유럽인의 첫 만남은 1769년 제임스 쿡 선장이 이끄는 탐험대가 인데버호를 타고 기즈번에 상륙하면서 이뤄졌다. 마오리족은 초기에는 영국과 ‘와이탕이 조약’을 맺고 영국 지배를 공식화하는 대신 전통문화와 토지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는 등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양측은 1845년 ‘제1차 마오리 전쟁’과 1860년 ‘타라나키 전쟁’ 등 치열한 토지 쟁탈전을 벌여야 했다. 마오리는 폴리네시아어로 ‘보통의’ ‘일반적인’이라는 뜻으로 자신들이 원주민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오리족은 서로 코를 맞대는 전통적 인사법 ‘홍이’와 전투춤 ‘하카’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하카는 원래 적을 위협하거나 경고하기 위한 춤으로 발을 구르거나 소리를 지르면서 자신들의 세를 과시한다. 지난해 뉴질랜드에서 총기 테러 사건이 발생하자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로 세계 곳곳에서 하카가 등장했다. 마오리족은 뉴질랜드 전체 인구의 16%를 차지하고 있으며 정부 차원의 통합 정책도 비교적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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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질랜드의 첫 여성 외무장관에 마오리족 출신의 9선 의원인 나나이아 마후타가 임명됐다. 마후타 장관은 1996년 의회에 진출하면서 마오리 전통문신인 ‘모코 카우애’를 턱에 새겨 화제를 모았다. 현재 뉴질랜드 내각이 역사상 가장 다양한 각료로 구성됐다는 게 외신들의 평가다. 소수의 반대 목소리도 반영하는 ‘다양성 내각’이 국민통합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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