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팬데믹으로 위기감이 커지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노동계에 “집회를 자제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김태년 원내대표도 “민주노총이 다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민주노총 지도부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모양새다. 차기 위원장 선거(11월28일~12월4일)를 앞두고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투쟁성 부각에 급급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을 자초한 주범은 방역을 정치화한 정부다. 집회주최 세력을 진보·보수단체로 구별해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치며 고무줄 잣대를 들이댔으니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게 당연하다. 보수단체가 주도한 8·15광복절 집회에서는 경찰의 철통봉쇄로 ‘재인산성’이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14일 민주노총 전국 집회에 대해서는 수칙을 지키라는 원론적 수준의 권고만 했다. 이번에도 ‘집회 자제’를 요청할 뿐 정부 차원의 강력한 대응이 없으니 노동계가 더 우습게 여기는 것이다. 정치권의 목소리가 너무 커지다 보니 코로나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존재감도 사라진 지 꽤 됐다. 정부는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면서 노사 협력을 도모할 수 있도록 노동계 집회·시위에도 동일한 방역 잣대를 들이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