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회사채 시장은 예상외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단기금융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A1등급 91일물 기준 CP(기업어음) 금리는 지난주 1.09%로 내려선 수준을 이어가면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CP금리는 지난 4월 초 2.23%까지 급등한 이후 조금씩 하향안정세를 회복했습니다. 당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하면서 증권사들의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통지)이 발생한 탓입니다. 달러 증거금을 확보하려는 증권사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단기금융시장으로 쏟아지면서 일시적으로 금리가 급등했지요.
그러나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하면서 금융시장도 빠르게 회복됐습니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에 대한 막연한 불확실성이 컸던 상반기와 달리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 외로 양호한 곳들도 많았고요. 우려했던 신용등급 줄강등 사태도 없었습니다. 발행 환경적으로도 채안펀드와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신용보증기금의 P-CBO 등 정부가 대규모 지원에 나서면서 시장 정상화에 기여했지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업과 은행의 신용도 격차를 보여주는 CP와 CD(양도성예금증서) 금리 차도 4월 111bp(1bp=0.01%포인트)에서 꾸준히 하락해 40bp선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유동성이 넘쳐나면서 많은 기업들도 자금 조달 통로를 넓히고 있습니다. 기존 차입금을 만기가 긴 장기CP나 회사채로 차환하면서 자금조달구조를 장기화하는 한편 또다시 불확실성이 커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현금을 확보하는 움직임도 늘었습니다. 전날에는 아프로파이낸셜대부와 대신에프앤아이가 각각 220억원, 200억원 규모 1년 만기 자금을 조달했네요. 코로나19 여파로 연체율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사채 발행이 어렵던 상반기와 달리 연말을 앞두고 순발행을 늘리는 모습입니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앞두고 자금 조달 일정을 조율 중인 SK하이닉스(000660)도 3개월 만기 CP 3,000억원어치를 지난주 순발행했습니다. 당분간 자금 조달에 우호적인 시장 분위기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 아래 내년 반도체 업황 상승세를 예상하면서 최적의 자금 조달 방법과 시기를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