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을 명분으로 또다시 국민들을 현혹하는 달콤한 맛의 현금 살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내년 555조원의 슈퍼 예산 가운데 110조원이 현금성 예산임에도 앞으로 다가올 선거를 겨냥해 효과도 불분명한 선심성 정책을 또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24일 내년도 예산안에 3조 6,000억원 규모의 3차 재난 지원금을 편성하는 방안을 공식 추진하기로 했다. 이종배 정책위 의장은 이날 원내 대책 회의에서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경제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택시, 실내 체육관, 학원, 피시방 등 피해 업종 지원과 위기 가구 긴급 생계 지원 등을 위해 3조 6,000억원의 재난 지원금을 필요한 곳에 적시에 지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질 때마다 국회의 단골 메뉴는 재난 지원금이다. 습관적으로 현금 지원 주장을 앞다퉈 쏟아낸다. 이번 야당의 요구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예산 처리 시한이 8일 앞으로 다가와 물리적으로 본예산에 반영하기 힘든 점을 고려할 때 생색을 내기 위해 여당에 앞서 선수를 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이미 내년 예산안에는 구직 촉진 수당인 국민 취업 지원 제도, 기초 연금, 아동 수당 등 ‘공짜 복지’ 예산이 전체의 20%인 110조 8,933억원이나 편성됐다. 국민의힘이 제시한 초중고교생까지 아동·청소년 긴급 돌봄 지원비 20만원을 일괄 지급하는 것은 기존 예산과 겹친다. 전문가들은 소득 파악 시스템이 없어 선별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데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재정 여력 비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앞서 정부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14조 3,000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전 국민에게 가구당 최대 100만원씩 현금성 지원을 했고 4차 추경에서는 7조 8,000억원으로 코로나19 피해 업종과 취약 계층에 현금을 뿌렸다. 이로 인해 올해 나랏빚은 지난해보다 106조 1,000억원 증가한 846조 9,000억원으로 불어났고 내년에는 952조 5,000억원까지 치솟는다.
/세종=황정원기자 구경우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