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조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욱 기울어져 나라 경제가 전반적으로 쇠퇴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4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노사관계발전자문위원회’를 열고 정부가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오는 30일 예정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조법 개정안 첫 심의를 앞두고 경영계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열린 이번 회의에서는 개정안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 극복을 위해 지난 7월 노사정 협약을 체결했다”며 “기업의 세 부담 완화와 규제 완화, 유연근무제 보완 입법 등을 지속적으로 건의했지만 경영과 투자 활동을 제약하는 법안이 국회에 많이 제출돼 있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계가 우려하는 법안 중 하나는 정부 여당의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과 관련한 노조법 개정안”이라며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규정 삭제 등이 입법 되면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이 심화돼 기업 경쟁력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의에서 ‘ILO 핵심 협약 비준 및 노조법 개정안의 쟁점’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박지순 고려대 교수는 근로시간면제제도와 관련해 “정부 개정안은 파트타임 면제자에게는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따로 설정하지 않아 급여 지급을 사실상 노사의 자율에 맡기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정부의 개정안에 근로시간 면제를 파트타임으로 받는 근로자들과 관련한 내용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아 실질적인 근로 면제 시간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박 교수는 “장기 분쟁으로 경영에 타격을 주는 노조의 쟁의행위에 기업이 대처할 수 있도록 현행 대체 근로 전면 금지 규정을 합리적 범위에서 변경·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노조 활동의 자유를 확대하는 만큼 사용자에 대한 일방적인 형벌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부당노동행위제도와 관련해 형사처벌 조항을 축소 내지 폐지하는 방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자문위원인 남성일 서강대 명예교수는 “지난 20여년간 힘의 우위가 노조로 기울어지면서 노조는 노동자의 대변 기구를 넘어 정치권력 집단으로 노동시장과 노사 관계를 지배하고 있다”며 “정부 개정안은 가뜩이나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어지게 만들어 기업 활동을 더욱 위축시키고 일자리도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의 노조법 개정안은 노동기본권 강화가 아닌 노조 특권 강화법이며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