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점심장사도 안돼 텅빈 홀에서 취소전화 받는게 일"

[코로나19 3차 대유행 비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에 식당 카페 한산

재택근무에 점심장사 안되고 저녁 예약은 줄줄이 취소

배달 시작 못한 개인카페 "매출 거의 없는 셈"

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 및 서울시의 ‘천만 시민 멈춤 기간’ 첫날인 24일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의 한 카페에서 매장 내 취식 금지에 따라 테이블과 의자가 철거돼 있다. /오승현기자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격상 및 서울시의 ‘천만 시민 멈춤 기간’ 첫날인 24일 서울 마포구 홍대거리의 한 카페에서 매장 내 취식 금지에 따라 테이블과 의자가 철거돼 있다. /오승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첫날인 24일 식당·카페 관계자들은 “차라리 문을 닫는 게 남는 장사”라며 한숨을 쉬었다. 임시 휴업이 그나마 인건비 부담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얘기다. 직장인 송년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식당 주인들은 “점심 장사도 안돼 텅 빈 홀에서 취소 전화 받는 게 유일한 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날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가는 평소보다 확연히 한산한 모습이었다. 점심시간이 막 시작된 오전 11시 50분께 이 식당가에 입점한 30여개의 식당 중 대기 줄이 늘어선 식당은 두 곳뿐이었다. 손님이 가장 많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식당은 절반의 테이블만 차 있었다. 점심에는 한식 뷔페를, 저녁에는 호프집을 운영하는 최 모(52) 씨는 “재택근무 때문인지 확실히 (2단계 시작 전인) 어제보다 손님이 많이 줄었다”며 “점심시간이 지나고 사람이 확 빠지는 것을 감안하면 정말 손님이 없는 편”이라고 전했다. 이어 최 씨는 “우리는 저녁에는 호프집으로 바꾸는데 9시 이후에 영업을 못하다 보니 타격이 특히 크다”고 덧붙였다.

일찍 온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가자 식당가의 인적은 더욱 줄었다. 프랜차이즈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 모(48) 씨는 “이 시간이면 회전이 한 번 끝나고 이후 손님으로 (식당이) 꽉 차야 하는데 벌써 손님이 없지 않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가게 바깥에 연말 연초 회식 예약 안내문을 붙여놓은 식당 사장 김 모 씨는 “예약이 세 건 있었는데 다 취소됐다”며 “연말이면 회식으로 매출을 많이 올렸는데 하필 이럴 때 2단계가 시작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눈이 캄캄하다”고 토로했다.


대형 식당들이 몰려 점심시간 내내 장사진을 이루는 여의도 IFC몰도 한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오후 12시 30분께 IFC몰의 지하 3층에 있는 20여개의 식당 중 대기 줄이 있는 식당은 한 곳도 없었다. 대신 음식을 포장해가는 직장인들이 여럿 보였다. 직장인 박 모 씨는 “바깥에서 음식을 먹는 게 신경 쓰여서 샐러드를 사러 왔다”며 “오늘부터 격일로 재택근무를 하기로 해 내일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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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식당에는 손님보다 직원들이 더 많았다. 많은 테이블을 채우는 것은 손님들을 대신해 점심 식사하는 직원들뿐이었다. 간혹 손님들이 두세 팀 있는 식당도 있었지만 대부분 테이블 하나를 건너뛰어 앉아 있었다. 인근의 한 라이브카페는 아예 휴업한다는 공고까지 붙였다. 광화문의 한 횟집에서 일하는 직원은 “저녁 예약이 다 취소가 됐다”며 “지난주부터 꾸준히 취소돼 오늘 15명·5명짜리 예약을 모두 다 취소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가 보여주는 예약 명단에도 기존 예약자 이름 위에 취소됐음을 뜻하는 검은색 줄만 선명히 그어져 있을 뿐이었다.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카페들 역시 거리 두기 격상에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 8~9월 2.5단계 조치와 달리 이번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도 매장 취식이 금지돼 포장·배달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은 그나마 배달로 손님 감소 폭을 줄였지만 이마저도 도입하지 않은 동네 카페는 이번 2단계가 더욱 치명적이라는 반응이었다. 서울 마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박 모(33) 씨는 “아예 하루 매출을 보지 않고 있다”면서 “테이크아웃 커피 매출로는 임대료를 감당하기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학생들과 동네 주민들이 주로 찾던 관악구 개인 카페들도 마치 문을 닫은 것처럼 홀이 텅 비어 있었다. 한 개인 카페 주인 김 모(43) 씨는 “배달 수수료가 부담돼 테이크아웃만 하고 있는데 매출이 거의 없는 셈”이라며 “이도 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전했다. 프랜차이즈 카페 전문점의 경우 배달 서비스를 본사 차원에서 진행하면서 매출 분산이 이뤄지고 있지만 개인 카페의 경우 높은 수수료가 부담스러워서 선택하기 쉽지 않다. 김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끝날지 모르니 지금이라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등록을 해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근처 카페 거리도 한산했다. 개인이 운영하는 한 카페의 방문자 주소록에는 이날 방문자가 한 명도 적혀 있지 않았다. 2단계 발표가 나기 직전인 지난주 일요일까지만 해도 10명 안팎의 주소가 적힌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카페 사장은 “두 번째 맞는 2단계 거리 두기다 보니 타격이 크다”며 “벌어 놓은 게 있어야 거기 기대서 사는데 올해는 그것도 없어 앞으로 어찌할지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박민주·백주원·김태영·김보리 기자 parkmj@sedaily.com

김보리·박민주·백주원·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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