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결국 정권 입맛대로...탈선한 검찰개혁

[이슈&워치]

권력 눈치 보지 말고 일하라더니

구차한 이유 붙여 檢 수장 내몰아

野에 거부권 준다던 공수처장도

여당 단독 추천 위해 '입법 독주'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서도 그런(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자세가 돼야 합니다.” (2019년 7월 25일, 문재인 대통령)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이 심각히 손상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2020년 11월 24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이 “살아 있는 권력도 엄정히 수사해달라”며 임명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가 정치 중립 손상을 이유로 정지되면서 현 정부의 ‘검찰 개혁’이 궤도를 이탈했다는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 정권 인사 등에게 칼끝을 겨누자 결국 ‘찍어 내기’를 통해 윤 총장을 몰아내려 한다는 비판이다. 검찰이 지난 5일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를 압수 수색하는 등 고강도 수사를 펼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비판의 배경으로 지목된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은 이날 “유신 때 야당 총재의 직무를 정지한 것을 연상시킨다”며 현 정부의 검찰 개혁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현 정부의 검찰 개혁에 대한 의구심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을 강행 처리한 뒤 야당이 정작 비토권을 행사하자 이를 삭제하는 내용의 개정안 심사에 돌입했다. 민주당과 정치권력의 입맛대로 여권 인사에게는 무딘 칼날을, 반대로 야권 인사에게는 예리한 칼날을 겨눌 수 있는 처장을 앉히려는 속셈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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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에 참석하러 이동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권욱기자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자 추천위원회에 참석하러 이동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권욱기자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와 거여(巨與)의 폭주에 여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검사 출신의 조응천 민주당 의원마저 “이 모든 것이 검찰 개혁에 부합되는 것인가”라며 “공수처를 출범시키고 윤석열을 배제하면 형사 사법의 정의가 바로 서느냐”고 반발했다.

검찰 내부의 동요와 불만도 폭발하고 있다. 김경목 수원지검 검사는 “집권 세력이 비난하는 수사를 하면 언제든지 해당 세력 정치인 출신 장관이 ‘민주적 통제, 검찰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찰총장을 내칠 수 있다는 뼈 아픈 선례가 대한민국 역사에 남았다”고 한탄했다. 이어 “진정한 검찰 개혁은 어떤 정치 세력이 집권해도 영향을 받지 않고 절제된 검찰권을 공정하게 행사해 권한에 부합하는 책임을 부담하는 제도를 구성하는 것으로 이해해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따라 올바른 검찰 개혁은 검찰을 정치로부터 떼어내고 정권이 과도하게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법조계의 지적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A 변호사는 “검찰 개혁은 공정하고 법에 따라 절차대로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 검찰 개혁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검사장 출신 B 변호사는 “검찰 구성원 대부분도 개혁을 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며 “그러나 개혁이 실질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당사자들과 기관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임지훈·손구민기자 jhlim@sedaily.com

임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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