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政이 檢을 내려친 오명의 날”…릴레이 성명에 檢亂 초읽기

대검 검찰 연구관 첫 집단행동 나선 날에

10개 검찰청선 평검사회의열지 여부 논의

일선 검사들, 秋 징계부당 의견이 팽배해

평검사 회의 열리면 秋·평검사 갈등 ‘불가피’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검찰총장 직무 배제를 놓고 일선 검사들이 집단 반발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대검찰청 검찰 연구관들은 25일 회의를 거쳐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정지와 징계 청구가 위법·부당하다는 데 뜻을 모으는 등 집단행동에 나섰다. 전국 10개 일선 검찰청에서는 평검사 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검란(檢亂)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평검사 회의는 사법연수원 36기를 주축으로 서울중앙지검을 포함한 주요 각급 검찰청에서 연쇄적으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평검사들은 이르면 26일 회의 개최 뒤 성명서를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검사들은 지난 2013년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 의혹으로 사의를 밝히자 ‘검찰 중립성 훼손이 우려된다’며 회의를 열고 성명서를 냈다. 이에 앞서 2012년에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에 대한 집단 항의의 성격으로 회의가 열렸다. 이번에는 추 장관의 조치가 적법한지, 나아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를 놓고 회의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일선 검사들이 반발하는 것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상 여러 가지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추 장관이 밝힌 징계 사유에 상식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정치적인 판단이 깊게 깔려 있다는 점도 검사들을 격앙시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정(政)이 검(檢)을 내려친 오명의 날”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추 장관이 지난 24일 저녁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징계 청구 사유로 제시한 것은 6가지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의 경우 문건을 작성한 검사조차 “해명 요구나 문의한 사실이 없다”며 법무부 조사 과정에 의문을 제기했다. 법무부가 이날 “대검찰청 감찰부가 ‘판사 불법 사찰’과 관련해 법원 영장을 발부받아 대검 수사정책정보관실을 압수 수색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의혹을 키우고 있다. ‘감찰 조사·발표 순서상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선(先) 발표·후(後) 조사’라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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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장관이 불법 사찰이라고 지목한 문건을 작성한 성상욱 고양지청 형사2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판사 불법 사찰이) 설명 가능한 사안이었음에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라는 중요한 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확인도 없었던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감찰 진행 방식에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해당 자료는 법조인 대관과 언론 기사, 포털사이트와 구글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고 공판 검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화로 문의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자료가 공소 유지를 위한 도움 자료일 뿐 사찰 등은 명백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정치적 중립 결여를 징계 사유로 제시한 부분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결국 앞에서는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윤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 징계 청구의 뒤에는 정치적 계산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도 같은 날 이프로스에 “장관 혼자서 이런 놀라운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정권에 기생하는 정치 검사와 협력자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최순실 국정 농단’ 특검에 참여한 김창진 부산지검 동부지청 부장검사는 “어제 장관이 발표한 징계 청구 사유는 징계권자가 마음만 먹으면 누구도 징계를 통해 직무를 배제할 수 있음을 명확히 확인시켜 주었다”며 “사실상 검사에 대한 분명한 경고”라고 비판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평검사 회의가 연쇄적으로 열릴 경우 추 장관과 일선 검사의 갈등이 한층 증폭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커밍아웃’ 사태로 1차 충돌한 데다 윤 총장에 대한 부당 징계로 평검사 내 불만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이환우 제주지검 검사가 검찰 내부망에 ‘법무장관이 행한 폭거에 대한 분명한 항의의 뜻을 표합니다’라는 글을 올리자 추 장관은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커밍아웃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후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가 “저 역시 커밍아웃하겠다”는 글을 올렸고 300명에 가까운 검사들이 지지하는 댓글을 달았다. 일각에서는 평검사들이 회의에서 ‘추 장관을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식의 집단행동으로 이어지면서 우려했던 ‘검란’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검찰에 쌓였던 불만이 봇물 터지듯 터지면서 결국 추 장관과 일선 검사가 ‘정면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때는 검사들이 내부망에 글을 올리거나 댓글로 반발의 뜻을 전달했지만 지금 분위기는 다르다”며 “불만이 외부로 표출되면서 평검사 회의 등 집단행동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재 내부망 글을 봐도 검사들이 한층 과격한 표현으로 법무부에 불만을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며 “추·윤 갈등이 추·평검사의 충돌로 현실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현덕·조권형·손구민기자 always@sedaily.com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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