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판이 바뀌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해외 주식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도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주요 제약사에서 개발 중인 백신에 대해 긍정적 소식이 나오면서 나스닥 주요 기술주들의 힘이 떨어지자 국내의 해외 주식 투자자들은 그동안 집중적으로 매집해 오던 미국의 ‘빅테크’ 종목들을 하나둘 정리에 나서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대형 기술주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소 엇갈리고 있어 향후 주가 추이와 투자 동향에 관심이 커진다.
25일 한국예탁결제원의 집계를 보면 이달 들어 지난 24일까지 애플은 국내에서 1억 456만 달러(1,159억 원) 규모(결제액 기준)로 순매도 됐다. 국내 투자자들은 애플을 3억 3,201만 달러(3,679억 원) 규모로 샀지만 이에 반해 4억 4,911만 달러(4,977억 원)의 매도가 나오면서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의 시가총액 1위 애플은 그간 꾸준히 해외 주식 순매수 1~2위에 올라설 정도로 ‘원정 개미’들 사이에서 이른바 ‘최애’ 종목으로 꼽혔지만 11월 들어 급격히 매도가 증가하는 분위기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페이스북도 현재 매도가 매수보다 그 규모가 더 크다. MS의 경우 2,600만 달러, 페이스북은 1,843만 달러 순매도를 보였다.
미국의 주요 기술주 대신 투자자들은 니오(순매수 8,456만 달러), 샤오펑(4,290만 달러) 등 중국 전기차 업체를 비롯해 알리바바ADR(8,456만 달러), 화이자(6,970만 달러) 등으로 투자 보폭을 넓히고 있다. 다만 테슬라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사랑은 여전해 이번 달에도 2억 달러 규모의 순매수가 나타났다.
‘원정 개미’들의 핸들이 급격하게 꺾인 것은 애플로 대표되는 나스닥 기술주들의 주가에 급제동이 걸리자 일부 정리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애플 등 기술주들의 독무대와 같았던 미국 증시는 최근 백신 개발 소식을 변곡점으로 ‘가치주’들에 주도권을 넘겨준 상태다. 실제 화이자의 백신 개발 소식이 있던 9일부터 24일까지 애플의 주가는 약 3% 하락했다. 반면 이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는 약 3.6% 상승했다. 에너지·은행·리츠 등 한동안 주목 받지 못하던 종목이 빛을 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테슬라의 경우 친환경을 내세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효과와 S&P500지수의 편입 호재 등으로 주가는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같은 기간 29.17%의 상승을 보였다. 이는 전기차 충전 업종의 주가도 끌어올려 블링크차징 등을 상승으로 이끌었다.
대형 기술주에 대한 전망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애플의 경우 최근 골드만삭스가 ‘매도’ 의견을 내면서 내년 포트폴리오에서 빼야 할 종목으로 꼽았다. 미 경제 전문 매체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애플이 내년 괜찮은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면서도 5세대 이동통신(5G) 아이폰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등의 근거로 이 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크레디트스위스(CS)도 애플에 대해 ‘중립’ 투자 의견과 함께 목표가를 106달러로 제시했다. 24일 기준 애플의 종가는 115.17달러로 현재로서는 하락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반면 JP모건은 ‘매수’와 함께 목표가 150달러를 잡고 있고, 모건스탠리도 애플을 낙관적으로 본다. 크레디트스위스의 미국 주식 전략가는 CNBC에 “백신의 성공으로 투자자들이 지난 몇 주간 경기 민감주에 더 열광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도 “2021년에는 기술주와 성장주들이 다시 반등하고 선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