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26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추천위 무산과 관련해 회의 지연을 의도한 국민의힘에 비판의 수위를 올렸다. 추가 회의 여부에 대해서는 “젊은 분들 말로 ‘답정너’라는 얘기가 있지 않으냐”고 비판했다.
이 변협 회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초대 공수처장 추천이라는 역사적 소명 아래 최선을 다했으나, 야당 추천위원 한 분의 눈에 보이는 어설픈 지연에 분노했다”고 분통함을 표했다. 이 회장은 구체적으로 “너무 티가 나게, 회의 끝나기 직전에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새로 후보를 뽑아야 된다고 하는 등 저로서는 좀 납득하기 힘들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박병석 국회의장이 재요청할 경우 “법률상 요청에 응하게 돼 있지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고 토로했다.
지난 4차 회의을 두고는 “(논의는) 활발하게 이뤄졌지만, 사실은 한 발짝도 더 진전 못 하고 그냥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도는 회의였다.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의미 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진단했다. 그는 “1차부터 3차까지 회의를 지켜보면서 야당 추천위원의 태도에 비추어 예상을 했지만, 국회의장의 요청에 따라 참석을 했다”며 “혹시 하는 기대감으로 참석했지만, 역시라는 실망감으로 종결됐다”고 비판했다. 이 회장은 특히 “야당 추천위원이 말로는 그럴싸하게 포장하지만 참석 위원이 바보가 아니다”라며 “결국 제가 보기에는 말장난에 불과하고 4번 회의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그런 무기력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야당 추천위원들이 주장한 검사 출신 후보 2인 선출 발언에 대해선 “공수처 출범 취지를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공수처라는 것이 고위공직자 부패 척결과 검찰개혁이라는 두 가지 목적으로 출발한 것인데, 그렇다면 검찰 내부에서 사건을 바라볼 수도 있지만 판사라든지 변호사, 아니면 헌법적 시각 등 다양한 시각에서 조직을 이끌 능력과 자질이 있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무조건 두 명 다 검사 출신을 대통령에게 추천하자고 하는 것은 실제로 제가 보기에는 회의를 더 하지 말자는 그런 의사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야당 비토권 무력화를 두고는 “비토권이라는 것이 무조건 반대를 하라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지 않은 후보 선출을 방지하는 것”이라며 “사실 가장 정치적으로 편향된 본인이 추천한 후보에 대해서 둘 다 찬성표를 던지며 다른 모든 후보에게 반대표를 던지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느냐는 의문이 든다”고 회의감을 표했다. 다만 법 개정 문제에 대해선 “여야가 합의하든 입법을 하든 국회가 정할 몫이지 대리인들을 보내서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선을 명확히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