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서울시, 돌연 문구 수정 요청에 무산된 송현동 부지 매각

서명식 전날 갑자기 계약 시점 변경 요청

시의회 부동의 염두…대한항공 "믿을 수 없다"

불투명해진 부지 매각, 대한항공 자구안 이행 차질

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부지에서 현장회의 및 서명식을 위한 천막과 테이블, 의자 등이 서명식 무산으로 방치돼 있다./권욱 기자대한항공이 소유한 송현동 부지에서 현장회의 및 서명식을 위한 천막과 테이블, 의자 등이 서명식 무산으로 방치돼 있다./권욱 기자


대한항공(003490) 송현동 부지를 두고 서울시와 대한항공, LH간 또 다시 이견이 발생했다. 대한항공과 서울시는 26일 송현동 부지 매각 조정 최종 합의 서명식을 진행하기로 했으나, 하루 전 돌연 서울시가 시의회 부동의 가능성을 이유로 조정문 문구 조정을 요구해 오며 무산됐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이 불투명해져 자구안 이행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25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최종 조정한 합의에 대한 변경을 요청했다. 당초 조정문에 따르면 ‘2020년 4월 30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뒤 6월 30일 대금지급을 하겠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하지만 서울시는 시의회 부동의를 이유로 계약 시점을 특정하지 않는 것으로 문구를 요청했다.


권익위는 대한항공이 제기한 민원을 기반으로 서울시와 이견 조정에 나섰다. 권익위법상 조정은 민법상 ‘화해’의 효력을 지니는 만큼 이행청구권에 대한 조항이 명기됐다. 권익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정문을 지난 16일 공문으로 대한항공, LH, 서울시에 송부했고 의견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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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각자의 수정의견을 반영해 20일, 23일 두차례 더 의견을 받았고, 양측은 이견이 없었다. 이에따라 대한항공과 LH는 지난 23일 조정문안에 이견이 없다는 의사를 공문으로 최종 결론지었다. 그러나 지난 25일 서울시는 계약시점을 특정하지 않음과 동시에 “조속한 시일 내에 계약 체결하도록 노력한다”라는 문구로 교체하자고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이를 조정문의 구속력을 배제하자는 취지로 받아들여 결국 합의식이 무산된 것.

서울시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은 LH를 통한 제3자 매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서울시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 부지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며 조정문에 대한 시의회 동의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LH가 송현동 부지를 매각하면 서부면허시험장 부지와 교환할 계획이었다.

송현동 부지 매각이 불투명해지며 대한항공은 자구안 이행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내년까지 채권단이 1조 2,000억을 지원하기로 한 것에 대한 자구안을 이행해야 한다. 연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3조8,000억원 수준. 대한항공은 “서울시가 시의회 동의도 어려울 수 있다면서 ‘노력한다’라는 문구로 조정문을 수정하자고 하는 것은 나중에 가서 시의회의 부동의를 방패삼아 조정문을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확약도 해줄 수 없다고 하는 상황에서 서울시와 계약을 체결한 뒤 내년에 돈을 지급받지 못하면, 자구안을 이행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 18일 감정평가에 관련 문구에 관한 수정의견을 회신했을 뿐 다른 문구에 대해서는 수정의견을 제출하지 않았으며, 이후에도 계약시점 등에 관한 문제는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LH를 통한 매각이 무산되면, 공원화가 취소되지 않는 이상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매각할 방법은 더이상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이미 장기미집행 공원화 작업을 위해 1조 2,902억원 규모의 지방채를 발행할 예정이고, 장기적으로는 14조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이 때문에 서울시 스스로 내년까지 송현동 부지를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중론이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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