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경기부양 팔걷은 연준…'장기채 매입 확대 카드' 꺼낸다

FOMC서 '지원사격' 가능성 시사

월가 "이르면 다음달 발표 기대"

자산 매입 전체적 규모 늘리거나

기존보다 장기채권 비중 높일 듯

뉴욕 연은총재 등은 신중론 내놔

단순 도입 논의 수준서 그칠 수도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25일(현지 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보건부의 한 공공 보건 간호사가 칠면조 복장을 하고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둔 25일(현지 시간)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보건부의 한 공공 보건 간호사가 칠면조 복장을 하고 코로나19 검사를 하고 있다./A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르면 다음 달 장기 채권 매입 비중 상향안을 내놓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파르고 의회의 경기 부양책 합의가 늦어지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경기 부양 효과를 볼 수 있는 새 카드를 꺼내 드는 것이다.

연준이 25일(현지 시간) 공개한 지난 4~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보면 연준은 매달 국채 800억 달러, 주택저당증권(MBS) 400억 달러 등 총 1,200억 달러 규모의 현 채권 매입 속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연준은 “지금의 채권 구매 속도가 금융시장 상황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연준은 장기채 매입 비중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의사록은 “코로나19 재확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는 게 리스크”라며 “필요하다면 (채권 매입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연준은 네 가지 안을 보고 받았다. 첫 번째는 장기채 중심으로 매입 방식을 바꾸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전체 매입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세 번째는 현상 유지다. 네 번째는 장기 보유 비중을 높이면서 전반적인 매입 속도를 늦추는 안이다. 이 중 마지막 안은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장기채 매입 비중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인 2012~2014년에도 이 같은 오퍼레이션 트위스트(Operation Twist)를 시행한 바 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란 연준이 단기 채권을 매도하고 그 자금으로 장기 채권을 매입해 전반적인 채권 만기를 늘리는 전략이다. 회의록에도 “채권 구매 속도를 높이거나 규모를 확대하지 않고 만기일이 긴 국채 매입을 늘림으로써 더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적혀 있다.


실제 장기채 매입은 경기 부양에 더 효과적이다. 연준이 장기채를 대량으로 사들여 가격이 상승(금리 하락)하게 되면 투자자들은 주식이나 상대적으로 만기가 짧은 회사채로 눈을 돌리게 되고 이것이 투자와 소비 증가로 이어진다. 본격적인 양적 완화(QE)냐 아니냐를 판정할 때도 장기채 매입 비중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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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이 추가적인 지원사격에 나서려는 것은 일부 코로나19 대출 프로그램이 종료될 예정인 데다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스티븐 므누신 재무 장관은 회사채 매입을 포함한 코로나19 긴급 대출 프로그램 중 상당수를 올해 말에 중단하기로 했다.

추가 부양책도 내년 초까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달 들어서만 300만 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부분 록다운 확대에 지난주 신규 실업 수당 청구 인원이 77만 8,000명으로 시장 예상치(73만 3,000명)를 크게 웃돌았다. WSJ는 “실업 수당 청구 건수가 전국에 걸쳐 증가했다. 미네소타와 오하이오·일리노이 등 코로나19 감염이 급증한 주에서 청구 건수가 크게 늘었다”며 “전국적인 코로나19 급증이 노동시장 회복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최근 골드만삭스 같은 주요 투자은행(IB)들도 올 4·4분기와 내년 1·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연합뉴스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연합뉴스


자산 매입 기준 변경은 이르면 다음 달 나올 수 있다. 연준은 “자산 매입에 대한 지침을 곧 강화하기를 원할 수도 있다”며 구체적인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회의 때 이 내용이 발표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시장 참가자들은 12월 회의에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12월 FOMC는 15일부터 16일까지 열린다.

다만 수익률곡선제어(Yield Curve Control·YCC) 카드 때처럼 시장 상황 변화에 도입을 논의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시장 조작을 담당하는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앞으로 경제 전망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지켜보면서 채권 매입 조정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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