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상자 수급대란이 일어날 조짐이다. 택배상자에 쓰이는 골판지 생산업체들이 원지 확보난과 가격 급등으로 손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납품처에 주문 자제를 요청한 상황에 이르렀다.
27일 골판지업계에 따르면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은 25일 골판지 납품처 1,500여곳에 골판지 상자를 미리 확보하기 위한 ‘가수요 주문’ 자제와 납품가격에 원부자재 인상분 반영을 골자로 한 공문을 보냈다. 협동조합 측은 “골판지 상자는 수급균형이 깨지고 있다”며 “골판지 상자 확보를 위한 납품처의 과당경쟁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골판지업체는 전국에 2,500여곳이며 이 가운데 2,100여곳이 영세업체로 분류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사태로 인해 골판지 상자는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상자를 구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골판지기업에 주문 후 납품까지 3~4일이던 기간은 10~15일로 3배 넘게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현재 전체 주문량의 약 70%밖에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고 추산한다. 최근 A우체국 지점에 납품하던 B업체의 경우 이달 주문량의 50%만 납품하는 계약을 맺을 정도다.
평소라면 밀려드는 주문은 반길 상황이지만, 골판지업계는 원지를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비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원지 수입이 원활하지 않고 국내 원지 생산 약 7.8%를 담당하는 대양제지가 지난 10월 화재사고를 겪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최소 8개월이 지나야 대양제지가 정상적으로 생산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협동조합 관계자는 “국내 신문용지 제조기업에 골판지 원지 생산을 요청할 정도”라며 “일본과 베트남과 수입선을 만들고 있지만, 현재 원지 공급난이 해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는 원지를 구해도 문제다. 원지 가격이 급등해 업체들이 부담하는 생산 비용도 크게 뛰었다. 이달 원지 가격은 10월 대비 약 25% 올랐다. 게다가 저품질의 원지는 고품질의 원지와 배합해 생산하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이 더 커진다. 업계에서는 납품가를 최소 15% 인상해야 수익이 나는 상황이라고 추정한다. 하지만 대부분 납품처가 납품단가에 급등한 원부자재 가격을 반영하지 않고 있어 업계 입장에서는 팔수록 손해가 쌓이는 실정이다. 조합 관계자는 “납품단가에 인상된 원부자재 가격을 연동하는 게 현재 수급난을 해결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고 말했다. 만일 납품처가 납품단가 인상을 결정할 경우 택배비 인상 요인이 될 수 있다. 택배상자를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이 높아진 택배회사 입장에서는 이 비용을 택배비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