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이 마지막까지 아찔한 통수를 선사하며 지난 8주간의 꾼의 전쟁에 막을 내렸다.
지난 26일 방송된 JTBC 수목드라마 ‘사생활’(극본 유성열/연출 남건) 최종회에서는 ‘4기꾼즈’ 이정환(고경표), 차주은(서현), 정복기(김효진), 그리고 김재욱(김영민)의 첫 공조가 이뤄졌다. 또한, 정환과 주은의 조력자이자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는 GK 혁신비전실 해체를 계획하는 UI 최용진 회장 역으로 이범수가 특별 출연, 짧지만 굵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권혁장(장의돈)의 살인 누명을 쓴 정환과 재욱, 납치당한 주은, ‘유병준(민지오) 약혼녀 살인 시나리오’로 목숨을 위협받은 복기가 각자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넘기고,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정환의 말마따나, 악수를 나누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사이였지만, 모두에게 뒤통수를 가격한 GK 김상만 실장(김민상)에게 대항하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했다. 그러나 재욱은 김실장이 권혁장을 살해했다는 증거를 손에 쥐자마자 GK 용역이 쏜 총에 맞았고, 정환은 진짜 UI 사원이었던 한손(태원석)이 이끄는 무리에게 납치됐다.
병원에서 눈을 뜬 정환 앞에는 UI 최용진 회장(이범수)이 있었다. 그는 주은과의 신혼여행을 약속하는 대신, GK 혁신비전실의 진정한 해체를 요구했다. 그 길로 정환은 주은과 함께 최후의 반격을 가했다. 주은이 김실장을 찾아가 나눈 대화 내용을 정환이 최용진 회장과 GK 오너에게 실시간으로 들려준 것. 이 사실을 모르는 김실장은 “GK도 내가 만든 거야”라며 폭주하다 결국 그간의 위법 행위로 체포됐다. 또한, GK 혁신비전실의 존재가 만천하에 공개됐다.
3년 후, 기적처럼 살아난 재욱은 복기와 함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갔다. 김실장은 수감 생활 중 살해되는 비극적 결말을 맞이했다. 그리고 사문서 위조로 실형을 살다 가석방된 정환에게 주은은 “하고 싶은 거 생겼다”며 프러포즈했고, 이번 결혼식은 ‘다큐’ 배우들이 아닌 주정커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하는 사람들로 가득 채워졌다. 그러나 결혼식 당일, 지난 3회에서 재욱, 김실장, 유병준과 회동했던 의문의 남자, 모경일 의원(손성찬)이 대통령에 당선됐고, 그간의 모든 사건이 GK의 큰 그림이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최종회 역시 ‘사생활’다운 통수 엔딩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8주간 급이 다른 사기캐들의 현실 생활을 담아내며 치열한 전쟁을 펼쳐온 ‘꾼꾼꾼’의 여정을 되짚어 봤다.
방송 초반, ‘사생활’은 서로를 속고 속이는 꾼들의 전쟁으로 그 시작을 알렸다. 사기꾼들의 ‘다큐’ 대결인 줄 알았던 전개는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알 법한 유력 인사들의 은밀한 거래가 담긴 최회장의 비밀 장부, 민간인을 불법 사찰하고 여론뿐 아니라 국가의 사생활까지 조작하는 대기업, 여기에 꾼들 사이에 얽혀 있는 과거 서사가 뒤섞이면서 스케일을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부모님을 죽인 권력자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앉히고, 그 권력을 주무르려는 복수 다큐에서 비롯된 한 인간의 야망을 저지하려는 움직임은 어느새 거대한 ‘사생활’의 진실을 밝혀내려는 고군분투로 이어졌다. 목적은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던 꾼들이 팀플레이를 펼치고, 사선을 함께 넘고,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 불법을 자행해오던 대기업의 만행이 세상에 알려졌다. 의도치 않게 국가의 사생활에 개입하게 된 꾼들이 이뤄낸 정의는 그렇게 통쾌한 마지막을 장식했다.
‘사생활’의 핵심은 바로 ‘통수잼’이었다. 아빠가 당한 다큐를 고스란히 되갚기 위해 다큐를 기획했던 주은이 이미 모든 것을 꿰뚫고 있던 복기에게 통수를 맞은 첫 회 엔딩을 시작으로, 정환의 사망과 죽음 조작, 킹메이커 전쟁에 변수를 일으킨 복기의 단독 행동, 20년간 그려온 재욱의 복수 야망과 정환을 제거하려던 계획까지,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충격의 반전 마무리로 인해 시청자들은 매회 ‘뒷통수’를 맞는 밤을 보내야 했다. ‘4기꾼즈’의 처음이자 마지막 공조를 다룬 최종회 역시 가장 ‘사생활’다운 반전을 선사했다. 마지막까지 고군분투했던 이들이 GK 혁신비전실의 해체와 김실장의 죽음 후,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갔고, 주정커플의 버진 로드로 해피 엔딩을 맞이하는가 싶더니, 또 다른 거대한 사생활이 그 실체를 드러낸 것.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통수잼’으로 ‘사생활’을 지켜왔던 시청자들에게 대만족 서비스를 선사했다.
‘4기꾼즈’ 고경표, 서현, 김효진, 김영민은 꾼들의 전쟁을 성공적으로 이끈 1등 공신이다. 본캐와 부캐를 오가는 멀티 페르소나를 싱크로율 100%의 연기로 구현해냈기 때문. 설정한 인물의 외모, 스타일링, 말투, 행동까지 감쪽같이 바꿔 ‘같은 사람이 맞나’란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완벽하게 각각의 인물에 빙의하려 노력한 배우들의 열정이 오롯이 느껴지던 대목이었다. 냉철한 스파이부터 달콤한 사랑꾼까지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한 고경표, 발칙한 사기꾼 역할에 당차게 도전장을 내밀고 롤러코스터를 탄 감정 변화까지 섬세하게 표현해낸 서현, 비주얼도, 사기술도 모두 상위 1%의 아우라를 유감없이 발휘해 10년의 공백기를 무색하게 만들었던 김효진, 얼굴을 자유자재로 바꾸며 소름을 유발한 섬뜩한 빌런 김영민까지. 치열한 전쟁 속에서 활개한 꾼들에게 자신만의 독특한 연기 스타일을 덧입혀 급이 다른 연기를 선보인 네 배우는 그렇게 필모그래피에 인생 캐릭터를 추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