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당내 ‘부동산시장정상화특별위원회’가 가동 중인데도 김희국 의원과 유경준 의원을 따로 불러 서울시장 공약으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부동산종합대책을 마련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나아가 지난 19일부터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부동산 문제’를 지적해왔다.
김 위원장은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핵심을 ‘부동산’으로 꼽은 만큼 더 나은 정책이 나올 때까지 내부에서 피 터지는 ‘정책대안 경쟁’을 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조세 관련 전문가로서 새로운 부동산종합대책TF에 합류한 통계청장 출신의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은 어떠한 형태로든 시민들의 조세저항운동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세청은 지난 25일 ‘2020년분 종부세 납세고지서’ 발송을 마쳤다고 밝혔다. 올해 고지인원은 74만 4,000명으로 전년 대비 14만 9,000명(25%) 늘어났고, 고지 세액은4조2,687억원으로 전년 대비 9,216억원(27.5%) 증가했다.
이에 유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강남 3구에서 고가 아파트를 보유한 소수에게만 매기던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5년 내로 서울 시내의 전 가구가 내게 될 것”이라며 “보유세 부담이 5년 후에 4.9배, 10년 후에는 25.1배 급증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의원실에서 각 구별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평균 보유세 변화 현황에 △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최근 5년간 평균가격 변동률을 반영해 추계한 결과다.
결국 서울시장 선거 내지는 내후년 대선까지 표심을 좌우하는 것은 국민이 실감하는 ‘부동산 정책’이란 소리다.
앞서 지난 7월 출범한 송석준 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부동산시장정상화특위’는 의원들의 부동산 관련 입법 활동에 주력해왔다. 지난달 28일 보도자료에 의하면 공시가·보유세 등 세금 폭탄을 막기 위한 법안과 임대차 3법과 분양가상한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법안 등 총 13개의 개정안과 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발의한 모든 법안이 여당의 반대에 부딪혀 각 상임위원회에서 계류된 상태다. 이에 당 내부에서는 부동산 해법에 대한 아이디어는 넘쳐나는데, 입법의 문턱을 넘을 힘이 없다는 회의적인 평가가 나온다.
새로운 부동산종합대책 TF를 총괄하는 김희국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정치적 슬로건을 만드는 게 아니라 실현 가능한 공약을 만든다. 그래서 의원들이 아닌 세부 분야 전문가로만 구성됐다”고 밝혔다. 4대 분야인 공급·조세·전월세·교통에서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재개발·재건축 전문가, 민간임대 전문가, 종부세 전문가, 보유세 전문가, 공시지가 전문가, 금융대출 전문가 등으로 나뉘어 서울시장 공약을 수립한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추상적으로 ‘2030 세대한테 집을 주겠다’ 이런 도덕적 선언에 불과한 공약은 안 만든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이 나올 때까지 회의를 진행하는 형식으로 매주 만나고 있다”며 “서울시장 공약 뿐만 아니라 대선 공약까지 바라보는 일종의 ‘섀도우 캐비닛’ 성격으로 준비한다”고 자신했다.
김 의원은 당내 두 번째 부동산TF를 맡게 된 배경을 묻자 “김 위원장이 새로운 상품을 주문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답했다. 이어 “최소 연말까지 정책 대안을 공부한 후 그 결과를 김 위원장에게 보고할 것 같다”며 “이후 그 결과를 어떻게 할 지의 여부는 김 위원장 마음에 달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