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국민 중 약 15%가량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현금은 평균 7만6천원, 현물은 11만5천원 가량을 기부했다.(8월 기준)
기부 대상은 ‘취약계층(58.1%)’이 가장 많았으며 병원/의료진이 37.6%로 뒤를 이었다. 반면 코로나19 환자나 자가격리자 등 피해자에 대한 기부는 1.5%에 그쳐 자연재해 등의 재난상황에서 이재민과 같은 직접 피해자에게 지원이 몰리는 것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는 특정 종교 신자를 중심으로 한 확산 이후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인식과 감염병에 대한 대응은 주로 공공의료체계를 통해 정부의 주도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내용은 27일 제20회 기부문화심포지엄 ‘기빙코리아2020’에서 발표될 노연희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와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연구결과다. 연구는 온라인 조사의 형태로 이루어졌으며 지난 8월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2,006명을 연구 대상으로 했다.
◇자연재해 등 일반적인 재난 상황과는 뚜렷이 다른 기부 양상
일반적인 재난 상황과 다른 양상은 기부행동에서도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재난 상황에서는 더 많은 사람이 기부에 참여할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로는 기부행동에 큰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기존에 기부를 해왔으나 코로나19 상황에서는 기부하지 않은 비율이 68.2%에 달했고 기부 경험이 없었다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새롭게 기부를 시작한 비율은 단지 0.6%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부한 사람 중 97%가 기부 경험이 있다고 답해 기부 경험은 또 다른 기부를 이끌어내는 주요한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 기부문화 20년 돌아보니.. 정기기부율 증가, 성숙한 기부문화 조성의 ‘청신호’
올해는 기빙코리아 개최 20주년을 맞은 해로, 그간의 조사결과를 통해 한국의 기부문화 20년을 돌아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20년간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 기부금액은 2000년 3.9조, 2010년 10.1조, 2018년 13.9조로 성장했으나 2012년 이후 증가 속도가 둔화됐다.
총 기부금액은 증가했지만 기부참여율은 대체로 하락해 2019년에는 46.5%에 그쳤다. 이는 정기기부율은 증가하고 일시기부율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되며 꾸준한 나눔을 실천하는 이가 늘었다는 점에서 성숙한 기부문화 조성에 있어서는 청신호로 풀이된다. 또한 기부와 자원봉사 모두 하는 사람일수록 높은 삶의 만족도와 안녕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고 사회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노연희 교수는 “기부 및 봉사 경험은 앞으로의 기부와 삶의 만족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기부와 자원봉사를 독려, 홍보하려는 기관 및 단체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MZ세대, 기부는 ‘사회 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 표명의 수단’
우리사회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는 MZ세대에게 기부란 사회이슈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표명이자 지지 수단임을 보여주는 수단임을 확인할 수 있는 조사 결과도 있다. 2000년 이래 주요 기부 연령층이었던 중장년층이 코로나19 국면에서 기부를 중단한 사례가 증가한 반면, 기부 참여율이 가장 낮은 연령대였던 20~30대가 기부대상을 변경/추가하고 코로나19와 관련해 기부한 비율은 높게 나타난 것이다.
한편 ‘기부문화 심포지엄 기빙코리아’는 지난 20년간 한국인의 기부지수와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 실태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를 통해 국가통계인 사회조사 내 기부조사가 이루어지는 데 기여했으며, 국제 기부지수 산출의 국내 대표 연구로서 협력해오고 있다. 2016년 개편을 통해 개인기부지수 및 비영리조직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는 기부문화 관련 국내외 동향 및 선진사례 발표 등을 통해 한국사회의 성숙한 기부문화 형성을 모색하고 있다.
‘불확실한 시대, 확실한 행복’을 주제로 온라인 개최하는 제20회 ‘기빙코리아2020’의 발표회 자료는 12월 초부터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