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싸늘한 여론 부담됐나...'입법 독주' 與, 속도조절론 급부상

이낙연, 입법과제 15개 제시했지만

秋의 尹 직무정지 여파 정국급랭

野협조 없이 정기국회 처리 '무리수'

기업규제 3법 등 강행 방침서 후퇴

예산안 통과 뒤 기습상정 가능성도

국회 정보위원회 하태경 국민의힘 간사가 지난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법 개악 긴급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국회 정보위원회 하태경 국민의힘 간사가 지난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가정보원법 개악 긴급 기자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정지 명령에 대한 후폭풍으로 주요 입법 과제의 정기국회 내 처리를 예고한 더불어민주당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민주당은 기업 규제 3법에 대해 야당이 법안 심사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는 것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 총장 직무 정지 명령이 되레 여당 입법 계획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내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윤 총장의 직무 정지 후폭풍으로 여야 갈등이 정점에 이르면서 여당의 주요 법안 처리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당이 그동안 정기국회 내 처리를 예고한 기업 규제 3법 역시 야당의 법안 심사 거부가 지속되면서 한발 짝도 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여야는 지난 24일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금융 그룹 감독법 제정안을 상정한 이후 법안심사소위에 넘기지 않았다. 다음 법안소위 일정은 현재 여야가 조율하고 있지만 물리적으로 합의 처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여당의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오는 12월 9일 종료되는 정기국회 이전에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다. 윤 총장 논란 등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과 재계에서 한목소리로 반대하는 법안을 단독으로 밀어붙이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민주당 정무위 소속의 한 관계자는 “기업 규제 3법 등에 대한 재계 반발에 예상하지도 못했던 추 장관 변수로 국민 여론까지 좋지 않다”면서 “두 법안을 야당과 합의 없이 단독으로 처리하면 정부 원안이 그대로 통과돼 민주당 입장에서도 여러모로 부담이다. 여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기에는 정치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어 (이번 회기 내 처리가) 사실상 어렵지 않겠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야당 역시 충분한 심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야당 정무위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원칙대로 선입선출 요건(법안 발의 순서대로 심사)에 따라 순서대로 심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경제 관련 법안은 잘못 만들면 임대차법처럼 후폭풍이 커질 수 있으니 유관 기관과 재계·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나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주요 입법 과제 역시 여야 대립이 극심해지면서 합의 처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실제 24일 국정원법 개정안을 법안소위에서 단독 처리했던 민주당은 이날 숨 고르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힘 정보위 간사인 하태경 의원은 27일 정보위 전체 회의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법 개정안은 여야 간사 합의로 오늘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며 “며칠 더 협의를 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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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낙연 대표는 15가지 법안을 민주당의 미래 입법 과제로 제시했다. 이들 법안은 대부분 야당의 반대에 부딪히거나 공청회 개최 등 물리적으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현재로서는 통과 가능성이 높은 법안이 손에 꼽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거대 여당이라 하더라도 지금처럼 여야가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합의 없이 단독으로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다만 민주당이 예산안을 오는 12월 2일 먼저 처리한 후에 공수처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기습 상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임기가 7개월에 불과한 이 대표 입장에서는 현재와 같은 추세라면 빈손으로 임기를 마칠 수밖에 없는 만큼 몇몇 법안은 무리해서라도 단독 처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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