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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와 한의사가 함께 만든 ‘건맛죽’

유명 셰프와 한의학과 교수가 만나 새로운 죽 브랜드를 론칭, 죽 시장 폭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셰프와 한의사가 함께 만든 건강하고 맛있는 죽]은 롯데호텔 출신의 임정훈 셰프와 원광대 한의학과 전병훈 교수가 함께 만든 죽 브랜드다.







신선한 재료와 한의학을 바탕으로 탄생한 ‘건맛죽’은 ‘건강’과 ‘맛’ 두 가지를 충족시킨다고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결국 맛 아니겠는가. 셰프가 야심차게 선보이는 죽맛은 도대체 어떤 건지 궁금해서 기자가 직접 먹어봤다.

‘건맛죽’의 메뉴는 소고기버섯죽, 전복죽, 호박죽, 단팥죽 등 총 6가지. 필자는 이 가운데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소고기버섯죽을 선택했다. 맛있는 식당은 김치 맛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제대로 된 죽은 기본메뉴에서 판가름 난다는 판단에서다.

‘건맛죽’ 캬~ 요녀석 포장부터 예사롭지 않다. 기존 죽 포장에 사용되던 종이 쇼핑백이 아닌 핸들형 종이 박스로 되어 있어 물에 젖거나 찢어질 염려 없이 튼튼해 보인다. 또한 이동시 보다 안정적이고 간편할 뿐만 아니라, 세련된 블랙박스는 선물용으로도 품위가 느껴진다. 게다가 코로나19로 비대면 배달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 실외에 두어도 탄탄한 포장 덕분에 이물질 오염 걱정을 덜 수 있겠다. 박스 전면부 창틀 모양을 열고 용기를 꺼내도록 되어 있어 흡사 중국집 철가방을 연상케 해 재밌다. 무엇보다 용기를 꺼내기 쉽고 식후 남은 용기를 깔끔하게 보관할 수 있다.

박스의 창을 열어보니 ‘건맛죽’ 용기와 소고기장조림, 동치미, 김치 등 반찬용기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고, 숟가락과 젓가락이 한쪽에 다소곳이 누워있다. 용기는 기존 네모난 플라스틱 용기이다. 차례대로 꺼내어 놓으니 해외여행 오갈 때 먹던 기내식처럼 근사한 한상차림이다. 평소 죽을 싫어했던 필자에겐 구미가 당기는 비주얼이다.

뚜껑을 열자 슬라이스 된 버섯들이 상면을 빼꼭히 채우고 있어 눈으로 먹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어 처음 느끼는 낯선 향기로움이 코끝을 간지럽히고 모세혈관을 따라 뇌에 서서히 퍼지면서 입안에 살짝 군침이 돈다. 이게 바로 요즘 핫한 트러플오일의 향기? 그 맛이 어떨지 궁금증과 설렘이 뒤범벅 되 위장에서는 어서 들어오라며 아우성이다. 자, 이제 먹을 차례다. 갑자기 손이 바빠진다. 숟가락에 소복하게 담아 우선 눈으로 한입, 이후 입속으로 직행!


필자가 시중 판매되는 죽을 기피했던 건 불어터진 밥알에 밀가루풀 같은 진한 끈적함이 싫어서였다. 그러나 이게 웬일, 최근 다수의 임플란스 시술로 의치를 하고 있는 기자의 불편한 구강 내를 위로하듯 부드럽게 감싸 안는 ‘건맛죽’. 모양이 살아있는 미끈한 밥알이면서도 적당한 점성을 지닌 액체가 입안을 두어 바퀴 휘휘 돈 뒤 목구멍을 타고 흘러내린다. 첫맛은 고소하고 부드럽다. 좋게 말하면 깔끔하고 나쁘게 말하면 심심하다. 그런데 끝맛은 트러플오일의 진한향으로 채워져 다음 숟가락질을 서두르게 만든다. 트러플오일을 좋아하는 독자는 무슨 뜻인지 충분히 알리라. 하지만 트러플오일은 호불호가 강한 오일, 따라서 취향대로 뿌려 먹을 수 있도록 라면스프 봉지 형태의 오일 파우치를 동봉해 주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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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처럼 치과 수술을 받거나 연세가 높으신 어르신들은 ‘씹는 맛’이 없으니 ‘사는 맛’도 없어 ‘죽을 맛’이다. 그래서 죽으로 식사를 하는 경우, 배는 부른데 식후에 찾아오는 왠지 모를 허전함과 불만이 쌓여 성격까지 삐뚤어질 지경.

그런데 ‘건맛죽’은 이런 심리를 파악하고 있었던 걸까? 죽이면서도 씹는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렌틸콩과 귀리를 비롯해 소고기와 버섯 등 각종 채소들이 적당한 크기와 재료 원형의 모습을 간직한 채 듬뿍 들어 있어 마음까지 채워준다.

셰프와 한의사가 ‘건맛죽’을 만들면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이 기본재료인 ‘쌀’품종. 죽을 소비하는 고객들은 스트레스나 숙취로 인해 소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쌀의 경도가 낮아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단백질 함량은 높아 맛과 영양이 풍부한 품종을 찾아 다녔다. 이들이 찾아 낸 쌀이 바로 ‘삼광’. ‘건맛죽’은 이 삼광쌀로만 만든다. 따라서 확실히 소화에는 탁월하다는 평. 그러나 씹는 감이 조금 부족한 건 사실이어서 이를 보완하고자 귀리와 렌틸콩을 넣어 식감뿐 아니라 영양과 맛을 극대화 시켰다. 특히 완성된 죽 위에 트러플오일을 뿌려주어 풍미를 더했다.

이처럼 ‘건만죽’에 들어간 귀리는 [타임지]가 선정한 슈퍼푸드 중 유일한 곡물이고, 렌틸콩은 미국 유명 건강 잡지인 [헬스]에서 선정한 세계 5대 건강식품이다. 완성된 죽 위에 뿌려 주는 트러풀오일은 세계 4 대 진미로 잃었던 입맛을 되찾아 주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아하~ ‘건맛죽’은 계획이 다 있었구나.



죽을 고급 요리 수준까지 끌어 올리고자 한 임정훈 셰프의 고집과 건강밸런스를 추구한 한의사의 꿀팁이 고스란히 담긴 ‘건맛죽’.

맛있는 걸 먹으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고 싶어지는 맘이 생긴다. ‘건맛죽’을 시식하고 나니 멀리 떨어져 있는 어머니가 떠오른다. 최근 위염으로 고생하며 ‘죽을 맛’을 매일 경험하는 어머니께 ‘건맛죽’의 다양한 세계를 선보여 드리고 ‘살 맛’을 북돋아 드리고 싶다.

꼭 환자가 아니더라도 평소 소화력이 약한 부모님이나 입맛 까다로운 이들의 아침식사는 물론 삼시 세끼 동반자로 충분한 ‘건맛죽’은 배달의 민족 등 배달앱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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