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7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는 등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정지 사태에 대한 총공세를 예고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앞서 제안한 ‘국정조사 카드’를 수용하면서 윤 총장의 직무 정지 사태를 국회 차원에서 다루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윤 총장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 방침에서 한발 물러서면서 ‘검찰 수사 후 국정조사’라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날 국민의당·무소속 의원 등과 함께 총 110명의 동의를 받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정지 명령 등으로 인한 법치 문란 사건 진상 규명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정조사 요구서는 조사 범위로 △윤 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 징계위원회 회부 결정의 절차적 정당성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검찰 독립성·중립성 훼손 의혹 △채널A 검언 유착 의혹 사건 등을 포함했다. 또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및 감찰권 남용 의혹과 △라임·옵티머스 사건 △추 장관 아들의 군 휴가 미복귀 사건과 관련한 대검의 인사 관여 의혹 등도 담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후 ‘민주당이 수용하지 않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래서 윤 총장에 한해 국정조사를 해도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이낙연 대표가 먼저 요구한 것인데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이 대표가 레임덕이 온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야당이 여러 안건을 국정조사에 담았지만 이 대표가 제안한 것처럼 윤 총장에 국한한 국정조사도 수용할 것이라는 답변이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 25일 “국회에서도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방향을 당에서 검토해달라”며 ‘윤석열 국정조사’를 가장 먼저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이 대표는 국정조사 요구에 대한 입장을 번복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렇게 중대한 사안을 국회가 조사·확인하고 제도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국회는 법무부 감찰과 검찰 수사를 지켜 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국회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국정조사에 앞서 법무부 감찰과 검찰 수사가 먼저 마무리돼야 한다는 발언이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섣불리 국정조사를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내부 기류가 강하기 때문이다. 앞서 두 차례 개회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윤 총장의 법사위 현안 질의 출석을 막고자 위원장의 권한으로 회의를 무산시킨 바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전날 라디오에서 “대부분의 국정조사가 정치적인 쟁점화가 된다”며 “국정조사로 나가는 부분에 있어서는 조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추 장관이 그동안 공식 석상에서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도마에 올랐던 점을 감안할 때 추 장관의 발언이 여론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이 여야 원내 수석부대표 간 회동을 통해 국정조사 논의를 제안했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최형두 국민의힘 대변인은 “민주당이 하겠다고 해야지 이뤄지는 것이다. 그쪽에서 아무 말이 없으면 안 하자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