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물·화제

올 스포츠계 키워드는 ‘전설과의 재회’

코로나로 경기 파행, 전설의 선수·명경기에 환호

전설의 복서 타이슨 15년 만 링 올라 또 다른 전설 존스 주니어와 대결

45㎏ 감량하고 8라운드 소화, 복서로서 명예 회복

1분에 6억8,000만원 챙긴 셈, 팬들 향수 이용한 마케팅용 경기 지적도

마이크 타이슨(왼쪽)이 29일(한국시간) 벌어진 프로복싱 레전드 매치 이벤트 경기에서 로이 존스 주니어에게 왼손 펀치를 날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마이크 타이슨(왼쪽)이 29일(한국시간) 벌어진 프로복싱 레전드 매치 이벤트 경기에서 로이 존스 주니어에게 왼손 펀치를 날리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연합뉴스



올 한 해 스포츠계 키워드를 정리하자면 ‘전설과의 재회’가 첫손을 다툴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거의 모든 스포츠가 마비되거나 파행을 겪는 사이 팬들은 자연스럽게 과거로 돌아갔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의 선수나 전설적인 명경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각 종목 단체들과 방송 등 매체들은 이런 흐름에 발맞춘 콘텐츠를 앞다퉈 내놓았다.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57)의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 시절 전성기를 그린 ESPN의 10편짜리 다큐멘터리 ‘라스트 댄스’는 편당 평균 560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모았다. ESPN 다큐멘터리 사상 최고 흥행을 기록하며 그 시절 조던을 좋아했던 팬들이나 조던을 잘 몰랐던 젊은 세대들에게 두루 영감을 줬다.

이밖에 미국 골프채널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5)의 2000~2001년 메이저대회 4연승 기록을 다룬 다큐멘터리 ‘타이거 슬램’을 방영했으며, 다음 달에는 우즈의 골프장 안팎 생활을 조명한 HBO의 2회분 다큐멘터리 ‘타이거’가 전파를 탈 예정이다. 영국 BBC는 지난 26일(이하 한국시간) 6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의 ‘인생 경기’를 28일 온라인으로 선보였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잉글랜드전이다. 머리가 아닌 팔로 넣어 논란이 됐던 ‘신의 손’ 골과 60m 폭풍 질주로 완성한 ‘세기의 골’에 축구팬들은 열광했다. 미국프로야구(MLB)의 과거 명경기·명장면을 모아놓은 공식 유튜브 채널 ‘MLB 보관소(MLB Vault)’는 구독자가 10만6,000명이다. 흑백 영상으로 남은 수십 년 전 경기도 처음부터 끝까지 즐길 수 있는데 1952년 뉴욕 양키스와 브루클린 다저스(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전신)의 월드시리즈 최종 7차전 경기 영상은 조회 수 180만을 기록 중이다.


29일에는 복싱의 전설 마이크 타이슨(54)이 직접 링에 올랐다. 올드팬들은 그 옛날의 ‘핵주먹’을 떠올리며 추억에 빠져들었고 요즘 세대들은 50대 ‘아재’의 탄탄한 몸과 현란한 스텝에 놀라워했다. 타이슨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로이 존스 주니어(51)와의 이벤트 무관중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뒀다. 공격적으로 주먹을 뻗는 타이슨을 존스 주니어는 전략적으로 피해 다니며 ‘치고 빠지기’로 일관했다. 전성기 시절 타이슨과 맞붙는 상대들의 전형적인 경기 스타일이었다. 7라운드에 타이슨은 존스 주니어를 코너로 몰아넣고 수 차례 펀치를 날렸지만 결정타는 나오지 않았다. 2분 8라운드 방식에 크고 두툼한 12온스 글러브를 사용하는 한편 어느 한쪽의 KO 양상으로 흘러가면 경기를 중단하기로 하는 등 애초에 뜨거운 승부보다는 두 선수의 나이를 고려해 안전에 무게를 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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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타이슨(오른쪽)과 로이 존스 주니어가 29일(한국시간) 복싱 헤비급 이벤트 경기를 마친 뒤 챔피언 벨트를 나눠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USA투데이연합뉴스마이크 타이슨(오른쪽)과 로이 존스 주니어가 29일(한국시간) 복싱 헤비급 이벤트 경기를 마친 뒤 챔피언 벨트를 나눠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USA투데이연합뉴스


타이슨은 2005년 은퇴 전까지 58전50승2무6패의 기록을 남겼다. 50승 중 KO승만 44차례다. 1997년 에반더 홀리필드를 상대하다 귀를 물어뜯고 반칙패해 ‘핵이빨’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은퇴 이후 마약 복용 등으로 구설에 오르는 일이 많던 타이슨은 15년 만의 복귀전에 무려 45㎏을 감량하고 나타나 복서로서 명예를 회복하는 데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는 평가다. 한편으로는 코로나 시대의 향수를 이용한 값싼 마케팅용 경기였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4전5기’ 신화로 유명한 홍수환씨는 국내 중계의 해설을 마치며 “이런 시합은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110억원의 대전료를 챙겨 1분에 약 6억8,000만원을 챙긴 셈인 타이슨은 수익금 전액을 기부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기 시절 4체급 석권의 전설을 썼던 존스 주니어는 “어디를 가든 아이들이 가장 먼저 묻는 게 ‘타이슨과 붙은 적 있느냐’였다. 이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했다.


양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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