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월세 가격이 3개월 연속 기록적인 급등세를 보였다. 임대차 3법이 촉발한 ‘전세 대란’에 각종 세금 부담도 껑충 뛰자 전세 물량이 월세로 빠르게 전환되면서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는 것이다.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40%에 육박했다.
30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달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은 지난달 대비 1.06% 상승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월세 상승률이 1%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강남 지역이 1.50% 올라 상승세를 주도했다. 강북 지역은 0.59%, 경기도는 0.90% 상승했다. 수도권 전체로도 0.85% 상승해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현장에서도 월세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전용 161.4㎡는 보증금 5억 원, 월세 720만 원에 거래됐다. 정부가 정한 전월세 전환율 2.5%로 계산하면 전셋값 39억 5,600만 원짜리 전세 거래나 마찬가지다. 현재 해당 평형 월세 매물은 보증금 14억 원, 월세 700만 원 수준까지 나와 있다.
올 7월 말 임대차 3법이 본격 시행한 후 ‘전세 품귀 현상’ 속 전국 전셋값은 급등세를 보였다. 이번 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77% 상승해 2009년 9월(2.79%) 이래 11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전세 수급 지수 또한 192.3을 기록, 심각한 수요·공급 불균형을 보였다.
전세를 얻지 못한 세입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월세 시장으로 유입,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이 시장의 분석이다. 실제로 근 5년 동안 크게 변동을 보이지 않던 월세 지수는 8월(0.12%)을 시작으로 9월(0.67%), 10월(0.35%) 모두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여기에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급격하게 인상한 가운데 집주인들이 조세 부담을 세입자에 전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대차 계약 가운데 월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28일까지 등록된 서울 아파트 거래를 분석한 결과 11월 임대차 계약 가운데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39.8%에 달했다. 9월(32.0%), 10월(26.6%)보다 상승했다. 자치구별로 보면 중랑구가 68.8%로 비중이 가장 높았고 △강동구(68.5%) △서초구(55.0%) △동대문구(52.2%) △구로구(51.5%) △송파구(45.0%) △강남구(44.4%)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