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아, 옛날이여…' 유가 회복에도 동전주 신세인 원유 레버리지 ETN

경기 회복 기대감에 원유 가격 올랐지만

투기광풍 불었던 4월 가격의 10%에 불과

괴리율·역복리효과에 올라도 몇십원 그쳐

투기성 거래량 유지에도 거래대금은 급감

유가전망 엇갈려 극적 회복도 어려울 듯







국제 유가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난 4월 개인 투자자들이 몰렸던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은 여전히 찬밥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급등한 괴리율과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으로 유가 회복에도 동전주 처지를 면하지 못하며 당시 열풍은 찾기 힘든 처지에 놓였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7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일보다 0.39%(0.18달러) 하락한 45.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하락에도 불구하고 11월에만 30%가량 오른 가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3월 5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기 침체 우려에 유가가 급락하며 4월 20일 한때 -37.63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며 원유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가운데 미국의 원유 재고가 감소했다는 소식이 유가에 호재로 작용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지난주 미 원유 재고량은 예상을 크게 웃도는 75만 4,000배럴 감소했다.

유가 급등에 대부분 관련 상품 역시 가격 상승세를 보였다. 11월 2일 5,265원이었던 KODEX WTI원유선물(H) ETF는 이날 6,760원에 장을 마쳤고 TIGER 원유선물Enhanced(H) ETF도 같은 기간 1,735원에서 2,050원으로 올랐다. 미래에셋 원유선물혼합 ETN(H)은 2일 9,410원에서 1만 2,265원에 장을 마쳤고 신한 WTI 원유 선물 ETN(H)은 2,425원에서 3,145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관련 상품 중 원유 레버리지 ETN 4종은 부진을 이어가고 있다. 4월 급락에 저가 매수를 노린 자금이 유입되며 때아닌 투기 열풍이 불었던 상품이다. 삼성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은 전일보다 5원 떨어진 375원에 장을 마쳤다. 올해 1월 1만 9,025원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2%도 안 되는 가격이다. 연초 1만 5,000원 선에서 거래됐던 QV 레버리지 WTI 원유 선물 ETN은 이날 315원,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은 이날 325원에 장을 마쳤다. 2만 7,800원이었던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도 이날은 1,270원에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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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상품이 유가 가격 상승에도 ‘동전주’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인 복리 효과와 그간 컸던 괴리율 때문이다. 레버리지 ETN는 투자 기간 전체의 기초 지수 수익률의 2배수가 아닌, 일 단위 기초 지수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한다. 이에 따라 기초 지수 수익률과 차이가 생긴다. 급락 이후 부진이 장기간 이어진 레버리지 원유 ETN의 경우 이 같은 영향이 더욱 커져 기초 지수 회복에도 급락 전의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레버리지 ETN은 상품의 특성이 장기 성과를 낮추고 급등락 장에서 증시의 변동성을 더욱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그간 높았던 괴리율도 투자자의 손실을 키우고 있다. 괴리율이란 시장가격과 지표 가치의 차이를 비율로 표시한 투자위험 지표로 괴리율이 양수인 경우 시장가격이 과대평가 되었음을 나타낸다. 그간 높았던 괴리율로 기초 지수의 가격 상승에 비해 레버리지 ETN 가격 상승이 제한되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4월 초 유가 레버리지 ETN의 괴리율이 크게 확대되자 “레버리지 ETN에 투자하면 기초 자산인 원유 가격이 상승하더라도 기대 수익을 실현할 수 없고 오히려 시장가격이 지표 가치에 수렴해 정상화되는 경우에는 큰 투자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투자 유의를 당부했지만, 사태는 쉽게 진정되지 않았고 결국 현실이 된 것이다. 주가가 급락하며 4월 6일 한때 7,800억 원이었던 4종의 레버리지 ETN의 일 평균 거래량은 27일에는 하루 평균 120억 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향후 유가 전망은 엇갈리고 있어 이들 레버리지 ETN의 가격 회복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OPEC 확대회의의 생산량 조절 기대는 국제 유가에 긍정적이겠지만, 리비아의 생산 재개와 글로벌 원유 수요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가가 현재의 상승 탄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양사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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