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4분기 경제성장률이 속보치보다 0.2%포인트 높인 2.1%로 잠정 집계됐다. 수출이 34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한데다 대규모 반도체 투자로 설비투자 증가세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최근 급격한 원·달러 환율 하락 영향으로 반등에 성공하면서 선진국 기준인 3만 달러 선을 지켜냈다.
1일 한국은행은 3·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잠정치를 2.1%로 상향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9년 3·4분기(3.0%)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은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 -1.1%를 달성하려면 오는 4·4분기 0.4~0.8%의 성장률을 기록해야 한다.
잠정치(2.1%)가 속보치(1.9%)보다 높게 나타난 것은 올 10월 속보치 추계 과정에서 이용하지 못했던 9월 일부 실적치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특히 설비투자가 8.1%로 속보치 대비 1.4%포인트 올라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차세대 반도체 기술인 극자외선(EUV) 설비 확보에 나섰고 디스플레이업체도 새로운 제조 설비를 구축한 영향이다. 건설투자(0.5%포인트)와 민간 소비(0.1%포인트)도 상향 수정됐다. 또 수출 회복도 성장률 반등에 기여했다. 3·4분기 수출은 전기 대비 16% 증가하면서 1986년 1·4분기(18.4%)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2·4분기 -4.1%포인트에서 3·4분기 3.7%로 대폭 개선됐다. 민간 부문의 성장 기여도는 2.6%포인트로 2·4분기(-3.0%) 대비 큰 폭으로 늘었다.
3·4분기 실질 GNI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2.4%로 나타났다. GNI는 전체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이자·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친 것으로 국민 생활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다. 박성빈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1~3분기 누적 명목 GNI 증가율이 0.0%, 원~달러 환율 연간 평균이 1,188원 70전, 인구 증가율 0.1%로 계산하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1,000달러를 넘을 것”이라며 “12월 평균 환율이 1,375원 40전을 넘지 않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