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예산 삭감 않고 나랏빚 늘리기 경쟁...이상한 국회

여야가 내년도 정부 예산을 외려 늘리기로 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여야 간사는 1일 정부안보다 7조 5,000억 원을 늘리고 5조 3,000억 원을 줄여 2조 2,000억 원이 순증한 총 558조 원 규모의 예산안 편성 합의안을 발표했다. 증액된 예산에는 3차 재난지원금 3조 원도 반영됐다. 국회가 정부안보다 더 늘린 증액 예산안을 만든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10년 이후 11년 만이다. 여야는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증액 예산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합의안대로 국채 2조 2,000억 원을 발행한다면 내년 적자 국채 규모는 역대 최대인 90조 원을 돌파하고 총 국가 부채는 954조 원에 이른다.


그런데도 여야는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을 겨냥해 선심성 퍼주기 경쟁에 여념이 없다. 여권의 포퓰리즘 정책을 견제해야 할 국민의힘은 3차 재난지원금 아이디어를 더불어민주당보다 먼저 꺼낼 정도였다. 과거처럼 이번에도 예산안 막판 합의 과정에서 여야 의원들이 지역구 사업 예산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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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미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해 위기 극복을 위한 예산안을 마련했다. 백신 접종을 위한 예산 증액은 불가피하지만 불요불급한 예산을 삭감하는 게 국회가 해야 할 몫이다. 그러잖아도 올해 네 차례 추경 편성과 두 차례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국가 채무는 846조 9,000억 원까지 늘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도 43.9%로 높아졌다. 여야는 기형적 합의안을 내놓기에 앞서 한국판 뉴딜 등 전시성 사업부터 줄였어야 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정부 예산안을 철저히 심사하고 삭감하는 국회 본연의 기능을 저버리고 현금 살포를 위해 적자 국채를 늘렸다. 이러면 21대 국회가 아주 이상한 의회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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