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美페리 "北비핵화는 불가능…협상하려면 핵보유 전제로 하라"

클린턴 때 '페리 프로세스' 입안자였으나

페리 前장관 "北, 이제 경제와 핵 안바꿔"

미국 전진 특사들 "北은 체제 보장 원해"

"美와 얘기할 수 있으면 남북대화 안해"

EU 의원 "의회 승인 없는 제재 해제 관심"

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Stanford CISAC 국제콘퍼런스에서 좌장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Stanford CISAC 국제콘퍼런스에서 좌장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클린턴 정부의 대북 기조 재현을 기대하는 가운데 정작 당시 북미 협상을 이끌었던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북한의 핵 포기는 불가능하고 협상을 하려거든 핵무기 보유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조언을 내놓았다. 그는 1990년대 북한 비핵화와 북미 수교를 목표로 한 일명 ‘페리 프로세스’의 입안자다. ‘페리 프로세스’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우리 외교안보 참모들이 바이든 정부가 앞으로 추진했으면 하는 대북 정책으로 최근 수차례 반복해 언급하는 전략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화상으로 개최한 ‘북한의 이해-대북협상과 교류경험 공유’라는 주제의 국제 콘퍼런스에서 페리 전 장관은 “미래 협상 대표에게 주는 조언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유도하기를 원한다면 기본적으로 이는 ‘미션 임파서블’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며 “북한은 경제발전을 원하지만 이를 핵무기의 대가로 교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협상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협상해야 하고 북한의 정상 국가화를 위해 협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간 6·15 남북공동선언의 주역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정책 결정과 합의하려는 정치적 의지·결단만 있으면 협상은 급진전한다”며 다소 다른 입장을 내비쳤다. 임 전 장관은 2000년 5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사로 평양에 방문한 경험을 소개하며 “(당시 국내에서 보고된) 김정일 관련 정보는 ‘언행이 럭비공 같아 어디로 튈지 모른다’ ‘언어장애가 있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등 대부분이 부정적이었다”며 “이에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 정확한 정보를 받아오라는 김 전 대통령의 임무를 받고 평양에 특사로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상 전략이나 기법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의지와 결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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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일했던 조셉 디트라니 전 국무부 대북협상 특사도 북핵 문제를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디트라니 전 특사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고 (선 핵 폐기·후 경제 보상 방식인) 리비아 형식으로는 안 되겠지만 CVID는 실천이 가능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은 미국이 자신들에게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당사국으로 보고 안보를 보장하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 특사는 “북한은 처음에는 완고한 입장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한 걸음 물러나 ‘기브 앤 테이크(주고받기)’를 하는 것이 놀라웠다”며 “북한과 1년 이상 협상을 진행하고 공동선언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북한 사람들이 언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또 “북한은 자신들은 ‘언더독(불리한 경쟁자)’인 반면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받아들이고 유엔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모든 것 뒤에 미국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세계의 패권국(미국)과 얘기할 수 있는데 왜 남측과 이야기하느냐고 생각해 남북대화에 저항하는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글린 포드 전 유럽연합(EU) 의회 의원은 “정권에 따라, 또는 핵실험이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등으로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은 (의회 승인이 필요한) 미국의 대북 제재 철회에는 관심이 별로 없고 의회 승인이 필요 없는 유엔 제재의 해제에 관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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