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비위생·항생제 범벅 '먹거리 독점' 해체하려면

[책꽂이-푸도폴리]

■위노나 하우터 지음, 빨간소금 펴냄




미국에서 맥도날드와 버거킹, 웬디스는 햄버거를 포함한 패스트푸드 판매액의 73%를 차지한다. 단일 구매자로는 쇠고기를 가장 많이 사들인다는 맥도날드의 연간 구매량은 무려 45만 4,000톤, 약 13억 달러 어치다. 패스트푸드 체인들의 이 같은 시장 지배력은 미국 쇠고기 산업의 수직 통합화를 초래했다. 타이슨 푸드가 공장식 비육장에서 소를 기르고, 자체 도살장에서 도살·정육한 뒤 맥도날드에 공급하는 식이다. 수직 통합화는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생산업체의 전략이기도 하지만,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그 결과 2010년 현재 카길, 타이슨 푸드, JBS, 내셔널 비프는 미국 육우의 80%를 생산한다. 신간 ‘푸도폴리’는 이 같은 ‘먹거리 독점’의 과정을 다양한 식품 산업별로 들여다보며 식량 생산 시스템의 구조와 문제점을 밝힌다.

푸도폴리는 푸드(Food)와 모노폴리(Monopoly)의 합성어로 ‘먹거리 독점’을 뜻한다. 먹거리의 생산-가공-유통이 한 회사에서 이뤄지는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저자가 제시한 개념이다. 푸도폴리는 식품 산업 전반에서 진행된다. 대기업 중심 먹거리 체계의 대안으로 떠오른 유기농 식품도 얼마 안 가 대기업들의 ‘틈새 시장’으로 전락해 거대 자본에 먹혀버리는 게 현실이다. 정치 권력은 산업 생태계를 망치는 푸도폴리에 길을 내주고 더 나아가 날개까지 달아줬다. 미국 역대 행정부는 국제 무역과 상거래의 효율성을 명목으로 식품 검사 시스템 완화, 인증 과정 간소화 등 푸도폴리 기업들의 요구를 정책에 반영해 왔다.


“산업의 문제일 뿐 소비자의 식탁과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검사 완화·간소화 덕(?)에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도축된 항생제 범벅의 육류는 과연 누구의 배로 들어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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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좋은 생산자와 소비자가 되는 운동만으로는 푸도폴리를 해체할 수 없다고 말한다. 농산업-금융-정치 권력의 동맹체인 푸도폴리에 맞서려면 단순한 구호에 그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조직하고 동원하는 ‘정치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식품을 소비하는 우리 모두가 반독점법 집행 강화, 농업법 개정, 유전자 조작 동·식물에 대한 규제 강화 등의 운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치적으로 먹고 정치적으로 행동하자’는 주장은 결국 ‘사회 변화는 개인을 정치화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이야기로 연결된다.

저자는 책에서 악명 높은 글로벌 식품 기업과 그 임원들, 여기에 연루된 로펌과 컨설팅 회사 등을 모두 실명으로 거론한다. “악의 구조만 말하고, 악행의 주체를 묻지 않는 운동은 구조도 개선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만 5,000원.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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