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아파트 입주 급감에…빌트인 가구의 '눈물'

부동산 규제 탓 건설경기 직격탄

빌트인 비중 65% 이르는 에넥스

2년새 매출 반토막…영업적자도

우아미가구·넵스 등도 '가시밭길'

에넥스의 싱크대 등 주방 가구 모습. /에넥스 홈페이지 캡쳐에넥스의 싱크대 등 주방 가구 모습. /에넥스 홈페이지 캡쳐



아파트 입주물량 급감으로 빌트-인 사업 중심의 가구 업체가 고전하고 있다. 지난 2019년부터 입주물량이 지속적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 감소물량은 무려 11만호에 달할 것으로 보여 극심한 수주 기근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사실상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갔다.

6일 인테리어 및 가구 업계에 따르면 기업과 소비자간 거래(B2C) 위주의 가구업체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 생활이 늘면서 뜻밖의 판매 호조를 누리는 것과 달리 빌트-인 위주 사업을 하는 기업은 한겨울이다. 대표적인 업체가 기업 간 거래(B2B) 시장의 강자 에넥스다.



‘오리표’ 싱크대로 잘 알려진 에넥스는 전체 매출에서 빌트-인 비중이 65%에 이른다. 주방가구에 붙박이장, 신발장 등을 신축 아파트 단지에 납품하고 있다. 하지만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으로 건설경기가 바닥으로 내리꽂으면서 실적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18년 45만호 △2019년 39만호 △2020년 32만호 △2021년 21만호(예상치) 등으로 3년 연속 감소한 결과 지난 2018년 4,500억원 수준이던 매출은 지난해 3,636억원, 올해는 1,785억원(3·4분기 기준)까지 쪼그라들었다. 2년 새 매출이 반 토막 난 것이다.


올해 영업적자도 33억원으로 이미 전년(28억원 적자) 보다 커 2년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에넥스는 유명 광고 모델을 기용하는 등 B2C 시장 잡기에 나섰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빌트-인 시장이 소품종 대량생산인 것과 달리 B2C 시장은 다품종 대량생산인데다, 품질 경쟁 및 판매 후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 B2B 회사가 단기에 체질을 바꿔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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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인 사업 비중이 높은 다른 기업도 형편은 엇비슷하다. 가령 지난해 62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우아미가구’를 비롯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18억원으로 전년대비 30% 수준까지 급감한 ‘넵스’ 등은 올해도 수주 감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같은 B2B 영업이라도 아파트냐, 중소형 빌라냐, 오피스빌딩이냐, 영업 대상이 1군 건설사냐 중소형 건설사냐 등에 따라 사정은 천차만별”이라면서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빌트-인에 치우쳤다면 실적이 가시밭길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당수 B2B 가구업체들이 마른 수건 짜기 식의 내핍경영에 돌입했다”며 “적어도 내년까지는 반전이 어려워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든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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