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백운규·채희봉 곧 소환...靑 겨눈 원전 수사 칼 끝

윗선 개입 여부 밝힐 핵심 인물

檢 오늘부터 구속 피의자 조사

소환 前 ‘혐의 내용 다지기’ 나서

검찰이 월성 원전 1호기의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주요 당국자들에 대한 첫 구속 성과를 내면서 사정의 칼끝은 ‘윗선’을 겨누게 됐다. 이제는 소환 조사 대상이 보고 체계상 구속자들의 윗선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등으로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수사의 한 축인 자료 삭제 부분에서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검찰이 앞으로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과정에 청와대 등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검 형사 5부(이상현 부장검사)는 7일부터 산업부 국장급 공무원 A(53) 씨와 부하 직원(서기관) B 씨 등 구속 피의자에 대한 조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조사 대상에는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A 씨의 다른 부하 직원인 과장 C 씨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은 이들 3명이 감사원 자료 제출 요구 직전 삭제한 자료를 복원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앞선 검찰 조사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인정한 C 씨의 ‘입’은 물론 삭제된 자료에서 윗선 개입의 흔적이 나올 수 있어 수사력을 집중하려는 것이다. 청와대 등의 개입 여부를 판가름할 핵심 인물로 꼽히는 백 전 장관이나 채 전 비서관을 소환 조사하기 위한 이른바 ‘혐의 다지기’다.

검찰은 이번 수사가 정치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신중을 기하고 있다. 반면 여당은 원전 수사 확대 조짐이 일자 윤석열 검찰총장을 “검찰 총리”라고 맹비난하는 등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백운규측근 3인방 추가증언 주목…檢, 삭제문서 120건 복구 가능성
원전경제성평가 윗선 수사 급물살...‘월성 중단, 白 지시 따른 것’ 진술
檢, 추가 조사로 ‘스모킹건’ 주력...與 노골적 압박에 일단 신중모드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복도를 몇몇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복도를 몇몇 직원들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4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4일 대전시 서구 둔산동 대전지방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 안팎의 관계자들은 검찰이 백 전 장관 등의 소환 조사에 앞서 구속 수사 대상에 오른 이른바 ‘산업부 3인방’ 수사에 주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과정에 직접 참여한 백 장관의 측근이자 핵심 실무진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들 가운데 A 국장과 그의 부하 직원(서기관) B 씨는 법원의 영장 발부로 구속되면서 검찰이 수사상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게다가 법원이 C 씨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C 씨가) 영장에 청구된 범죄 사실을 대체로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C 씨가 이미 혐의를 인정한 가운데 혐의를 인정하지 않던 A 국장과 B 씨도 검찰의 구속 수사를 받으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검찰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B 씨와 A 국장, C 씨 사이 진술이 엇갈렸다고 알려졌다”며 “구속영장에 대한 법원 판단 이후 상황이 180도 변하면서 이들 심경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들은 감사원과 검찰 조사에서 월성 1호기 즉시 가동 중단이 백 전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했다고 알려졌다. 이미 조사 과정에서 윗선 개입을 인정해 추가 조사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증언이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이들이 삭제한 문서에 대한 복구 작업에도 검찰이 가속을 붙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통상 산업부 실무진이 내부 자료를 작성하면서 ‘○○ 지시 사항’이라거나 ‘□□ 지시에 따른 추가 사항’ 등 단서 조항을 명시하는 등 꼼꼼히 작성해 왔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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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이들이 지난해 12월 1일 사무실에 들어가 삭제한 내부 자료 444건 가운데 324건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한 바 있다. 검찰은 “확인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법조계는 복구되지 않은 120건 내용을 밝히고자 추가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에 무게 추를 기울이고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사라진 120건의 문서는 물론 압수한 채 전 비서관 휴대폰 등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에도 집중할 수 있다”며 “이 같은 확보한 자료가 실제 청와대 등 윗선이 개입한 핵심 증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0715A05 원전수사일지


다만 검찰이 백 전 장관이나 채 전 비서관 등 소환을 급하게 서두르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검찰의 수사 확대 조짐에 정부 여당이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자칫했다가는 정치 공학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당은 이날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권을 남용하고 있다며 일제히 비판했다. 강선우 더불어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표적·정치 수사가 대한민국 공직 사회를 거꾸로 들고 흔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세종시에서 서초동으로 가서 ‘검찰 총리’에게 결재부터 받고 일하라는 공무원 사회를 향한 협박이냐”고 각을 세웠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 역시 본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정권을 궁지로 몰아넣기 위한 감사원·검찰의 행태에 법원까지 힘을 실어준 데 참으로 유감”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한 사법권 남용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자칫 부실이나 편향 수사라는 흠이 잡힐 경우 오랜 수사로 쌓은 탑에 균열만 생길 수 있어 우선 혐의 소명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사팀이 ‘감사를 방해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는 감사원법 51조에 따라 사전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으나 윤 총장이 보완 조사를 지시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안현덕·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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