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레벨제 도입에 네이버 직원들 '부글'…"눈에 안띄는 업무 누가 맡나"

5단계 평가제 내년 도입 앞두고

직원들 "스펙만 강요" 불만 확산

/네이버/네이버



“‘레벨제’가 도입되면 직원들은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업무만 하려고 할 겁니다. 기존 서비스 개선이나 유지보수처럼 눈에 띄지 않지만 꼭 필요한 일은 맡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네이버 직원 A씨)

6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가 내년 상반기부터 직원들을 5단계로 평가하는 일명 ‘레벨제’ 도입 계획을 밝히자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은 “직원들의 성장을 장려하고 동기부여를 위한 제도”라고 설명하지만, 직원들은 “성장에 대한 방향성 제시 없이 ‘스펙 쌓기’만 강요하는 처사”라며 볼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네이버가 도입하기로 한 5단계 레벨제는 직원들의 역량과 전문성을 평가해 근속연수와 관계없이 레벨을 부여하고, 장기적으로는 성과보상 체계와도 연동하는 인사제도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기술직군 먼저 도입한 후 다른 직군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당장 첫 적용 대상인 기술직군 직원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술직군 직원들은 올 3·4분기 기준 네이버의 전체 직원 3,857명 중 2,300명 이상으로 약 60%에 달한다. 기술직군 직원들은 리더의 권한이 너무 강화되는 점을 가장 걱정한다. 네이버의 한 개발자는 “조직 내에서 리더의 권한이 막강한 것이 네이버의 특징”이라며 “레벨 평가 권한까지 부여되면 결국 리더에게 잘 보이는 사람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네이버는 지난해 ‘책임 리더’ 직급을 부활시키고 68명을 임명했다. 책임 리더들은 검색·서비스 등 각 사업분야를 총괄하는 중간관리자급 임원이다. 네이버의 한 직원은 “각 부문 리더가 직원들을 줄 세워 성과가 좋게 나올 수 있는 업무를 몰아주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회사 측이 평가도구만 공개했을 뿐 직원들이 성장할 방법이나 방향성은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네이버 한 직원은 익명게시판을 통해 “회사 측은 레벨을 올리려면 기술공유 문서 작성, 코딩 작업량, 기술면접, 동료 평가 등이 필요하다고 한다”며 “고등학교 내신관리도 아니고 대놓고 스펙 쌓기를 요구하는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직원도 “성장의 방향성은 모르겠고 그냥 열심히 해서 레벨 올리라는 식”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인력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술인력들은 사기가 떨어지면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며 “네이버 출신 개발자라면 다른 회사에서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영입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레벨제는 아직 내부에 설명하는 단계일 뿐 구체적인 도입시기나 성과보상 연동 등 사항은 미정”이라는 입장이다.

오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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