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9일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서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중요한 협약을 체결한다. 두 나라를 흐르는 야루짱부(雅魯藏布)강의 수질 정보 등을 공유하기로 한 것이다. 4년 전 중국이 이 강에 수력발전소를 지은 후 인도는 자국의 수자원 고갈로 농경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협약은 국경 문제로 대립해온 양국에 수자원 안보가 얼마나 뜨거운 감자인지를 보여준 조치였다.
해발 3,000m가 넘는 티베트고원에서 발원한 야루짱부강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강이다. 중국과 인도를 거쳐 방글라데시 벵골만으로 흘러가는데 전장 2,900㎞에 유역 면적도 93만 ㎢에 이른다. 티베트인에게 ‘어머니 강’으로 여겨지며 인도인도 ‘성자(聖者)의 아들’이라는 뜻의 ‘브라마푸트라강’이라 부른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야루짱부 대협곡은 중국에서 입장료가 가장 비싼 관광지로 꼽힌다.
중국은 거대한 물줄기를 수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아왔다. 물줄기를 돌려 북부 지방의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 했다. 결국 2014년 이곳에 첫 번째 댐을 완공했고 이후에도 추가 개발 계획을 고민해왔다. 중국이 야루짱부강에 세계 최대인 싼샤댐 발전 규모의 3배가량인 6,000만 ㎾ 규모의 수력발전소를 건설한다고 현지 매체들이 최근 보도했다. 중국은 티베트에 연간 200억 위안(약 3조 4,000억 원)의 수입을 가져오는 등 ‘수력발전 사업의 역사적 기회’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도는 “중국이 강을 무기화할 수 있다”면서 주변국들을 동원해 저지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인도는 중국에 맞서 강 하류에 1,000만 ㎾의 발전을 위한 댐 건설도 고려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양국은 1962년 전쟁까지 치렀지만 국경을 확정하지 못해 실질통제선(LAC)을 경계로 맞서고 있다. 올 6월에는 양국 군이 히말라야 갈완계곡에서 몽둥이 난투극까지 벌였다. 거대한 땅을 보유한 두 나라가 안보 문제라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광경을 지켜보며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강대국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슴도치 전략은커녕 저자세 외교만 거듭하는 우리의 모습이 새삼 안타깝게 느껴진다.
/김영기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