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신대륙 발견 콜럼버스 뒤엔 VC 후원 있었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쿠팡의 주요 투자자인 소프트뱅크(회장 손정의)는 일반인들도 모두 알고 있는 이름이다. 하지만 무신사·마켓컬리에 투자한 세쿼이아캐피털은 발음하기도 힘들고 무척 생소한 이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유명한 스타트업의 성장에는 벤처캐피털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함께한다. 실리콘밸리 성장의 양대 축은 애플·구글·테슬라와 같은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한 축이며 다른 한 축은 위험을 감수하고 창업과 성장에 투자한 모험자본으로서의 벤처캐피털이 있다.

신대륙 개척이 이뤄낸 콜럼버스의 항해는 스페인 이사벨 여왕의 후원으로 가능했다. 15~16세기 황금과 향신료를 찾기 위한 신대륙 개척 사업은 큰 위험이 수반되지만 성공 시 엄청난 결과를 안겨주는 전형적 모험사업이며 이를 후원해 성공시킨 이사벨 여왕은 스페인을 당시 세계 최대 부국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다. 콜럼버스는 총이익의 10%와 교역 활동의 자본참가권을 받아 부와 명예를 누릴 수 있었다.


신대륙 발견으로 거대한 부를 축적한 무역상들의 적극적인 신기술 투자는 산업혁명의 기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게 된다. 엔젤 투자자들인 무역상들은 증기기관과 증기기관차 개발에 핵심적인 모험자본을 공급하고 산업혁명을 촉진시켰다. 현대적 의미의 벤처캐피털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에서 본격화된다. 미국에서도 초기에는 소수 부유층을 중심으로 엔젤 투자가 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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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9년 스탠퍼드대 전기공학 교수(프레더릭 터먼)가 산학 프로그램을 통해 제자(윌리엄 휼렛·데이비드 패커드)들의 창업을 지원해 만든 회사가 휴렛팩커드(HP)다. 본격적으로 실리콘밸리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고 DGA(1958년), 데이비스앤드록(1961년), 그리고 지금 벤처캐피털의 대명사들이 된 KPCB, 세콰이아캐피털(1972년)이 설립되면서 벤처캐피털의 황금기가 서부에서 시작됐다. 이제 전 세계적으로 매년 200조 원의 벤처캐피털이 만들어지고 있다.

신대륙 발견, 산업혁명, 그리고 개인용 컴퓨터(PC), 인터넷 혁명, 휴대폰, 스마트폰, 플랫폼, 그리고 인공지능(AI) 등 15세기부터 현재까지 인류는 신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적 산업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발전시키고 있다. 망망대해를 넘어 신대륙을 찾아 떠나는 콜럼버스를 후원한 현대판 이사벨 여왕인 모험자본으로서의 벤처캐피털의 역할과 중요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매년 4조 원대의 투자 규모로 성장한 우리나라 벤처캐피털도 양적 성장과 함께 모험자본에 요구되는 장기적 안목과 도전적 정신을 가지고 차세대 기술과 산업에 투자하고 스케일업시켜야 하는 중요한 성장 변곡점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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