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시장에 끌려가는 증권사... ‘코스피 3,000’ 뒷북 상향 잇달아

10월엔 내년 상단 2,700~2,800선 제시

2,700 돌파하자 전망치 일제히 수정

신한금투 "3,150~3,200" 최대로 잡아

"증권가가 분위기에 휩쓸려" 비판도

코스피 5거래일째 올라 2,745 마감

7일 코스피지수는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연합뉴스7일 코스피지수는 5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보이며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갔다./연합뉴스



코스피가 거침없는 역대급 랠리를 이어가자 증권사들이 내년도 증시 전망을 기존보다 대폭 상향하고 있다. 10월 말 무렵 발 빠르게 내년도 증시 전망을 내놓았던 대다수 증권사는 2,700~2,800선을 2021년도 코스피 목표 상단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11월 들어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대폭 늘고 개인 투자자까지 가세해 코스피가 2,700선을 훌쩍 넘어서자 기존에 내놨던 전망치를 뒤늦게 수정하는 모습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51%(13.99포인트) 오른 2,745.44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는 한국 증시로 몰려드는 외국인 자금과 상승장을 만나 ‘영끌’ 투자에 나선 개인들에게 힘입어 5거래일 연속 상승해 매 거래일 최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이날도 지난 4일 기록한 사상 최고치 2,731.45를 하루 만에 다시 경신했다. 이날 장은 외국인 투자가가 914억 원을 순매도하는 등 외인의 매수세가 주춤했지만 개인이 1조 31억 원을 순매수하며 증시를 끌어올렸다.



11월 한 달간 300포인트) 이상 오른 코스피가 이달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가자 증권가는 내년도 증시 전망을 수정하는 데 바빠진 모습이다. 코스피가 내년 전망치를 이미 넘어선 겸연쩍은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날 한화투자증권은 리포트를 내고 2021년 코스피 예상 등락 범위를 2,100~3,000포인트로 제시했다. 10월 21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제시한 밴드가 2,100~2,700포인트였던 것과 비교해 상단이 300포인트 이상 올랐다. 한화투자증권은 글로벌 저금리 및 통화정책으로 위험 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기에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을 역사적 고점인 13배까지 높여 적용했다고 밝혔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11월 이후 20.5% 오르는 동안 내년도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126조 원에서 128조 원으로 1% 상향됐고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11.4배에서 12.9배까지 높아졌다”며 “저금리와 통화량 완화, 변동성지수(VIX) 등 위험 지표들의 하락, 내년 3월까지 시행되는 공매도 금지 조치 등으로 매도 압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주식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ERP)이 하락하고 있기에 높은 PER을 적용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증권 역시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지나치게 저평가된 경향이 있다”며 PBR을 1.3배로 상향 적용해 내년 코스피지수가 3,035포인트까지 상승하리라고 분석했다. 카카오페이증권도 앞서 11월 말 내놓은 보고서에서는 PBR을 최고 1.2배로 가정해 내년 코스피 목표치를 2,890포인트로 제시했다. 당시 “주당순자산가치(BPS) 증가를 반영한다면 3,000포인트도 넘봄직하다”는 의견도 밝혔지만 어디까지나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날 리포트에서는 “과거 자료를 감안해 PBR 1~1.2배를 적절하다고 평가했지만 현 장세는 과거의 시계열과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며 코스피에 대한 눈높이를 높였다. 이상민 연구원은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한국지수는 2002년 이후 평균 PBR을 1.17배 적용받아왔지만 최근 5년 동안은 0.95배를 받는 데 그쳤다”며 “MSCI EM(신흥국), MSCI ACWI(선진국) 등의 최근 5년 평균 PBR이 1.57배, 2.21배였던 점을 볼 때 한국의 저평가가 유독 심했으며 적정 PBR은 1.3배로 산정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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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투자도 이날 △주식 리스크 프리미엄의 하락 △코스피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 △외국인 자금의 유입 등을 이유로 들어 “코스피가 3,000포인트를 넘어설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강송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밸류에이션이 현재와 같다고 가정하고 1년 뒤 예상 이익 증가만 감안해도 코스피 전망치는 현재 지수 수준보다 15% 이상 상승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코스피는 3,150~3,200선까지 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증권 역시 “2009~2011년 간의 차화정 랠리와 비슷한 ‘차화전 랠리’가 2021년 펼쳐질 것으로 기대돼 코스피가 3,000포인트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코스피지수 상단의 경우 3,000포인트 이상을 전망한 곳은 흥국증권(3,000포인트)과 대신증권(3,080포인트)에 이어 이날까지 6곳으로 늘었다.

하지만 최근 증권가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시장 분위기를 따라가기 위해 뒤늦게 무리수를 둔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들의 경우 시장이 원하는 장밋빛 목표를 제시하기 위해 기업 순이익과 PER·PBR 등 지표를 최대한 높여 적용하고 있다”며 “너무 앞장서서 분위기에 휩쓸리는 것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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