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5년 내 사우디아라비아와 영국 등에서 원자력발전 건설을 추가 수주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 건설과 운영이 관련 사업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해외 신재생 발전 단지도 지금보다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해 사업을 다각화할 방침이다. 우호적이지 않은 대내외 환경에서도 한전이 ‘악전고투’를 하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셈이다.
7일 한전과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10월 이사회에서 이 같은 해외 사업 매출 다각화 방안이 담긴 ‘2021~2025년 중장기 경영 목표’ 보고서를 회람했다. 다각화 방안으로는 해외 원전 추가 수주 계획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확대안이 담겼다.
한전은 우선 오는 2023년까지 사우디가 발주한 원전 건설 계약 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전은 사우디가 발주한 1,200~1,600㎿급 규모의 신규 원전 2기 건설에서 2018년 예비 사업자로 선정된 바 있다. 미국과 프랑스·중국 등 쟁쟁한 국가들과 경쟁해야 해 최종 계약을 낙관하기는 이르지만 중동 최초의 원전인 UAE 바라카 원전 건설 사업을 완수하며 ‘트랙 레코드’를 쌓은 한전이 다소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 최종 계약을 거쳐 2025년 본공사에 착수한다는 것이 한전의 목표다. 한전 관계자는 “발주처인 사우디 측에서 사업 일정을 확정하지 않아 향후 일정은 변동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어사이드 프로젝트 재개 등 원전 확대 움직임을 보이는 영국에서도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2025년까지 21조 7,000억 원을 투입해 3GW 규모의 원전 3기를 짓는 프로젝트로, 앞서 사업권자였던 일본 도시바가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을 위해 설립한 자회사 뉴젠을 청산해 2018년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한전은 한때 뉴젠 지분을 인수해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에 참여하려 했지만 사업권이 영국 정부로 반환된 만큼 다시 협상을 거쳐 2024년까지 사업권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영국 정부가 사업 리스크를 어느 정도 부담하는 규제 자산 기반(RAB) 모델을 신규 원전 사업에 도입할 것으로 예상돼 한전이 계약을 맺게 되면 위험 부담도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원자력 및 에너지 업계에서는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을 ‘독이 든 성배’에 비유하기도 했다. 우선 협상 대상자 지위 해지는 별문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사업 모델 변경으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등 난제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RAB 도입으로 한전의 리스크가 경감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해외 사업 확대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우선 내년에 미국 괌과 멕시코 타스티오타에 각각 60㎿, 76㎿ 규모의 태양광 단지를 건설·준공하기로 했다. 한전은 이를 기반으로 멕시코 등 중남미 시장 진출을 늘리고 대만·일본 등의 해상 풍력 시장에도 새로 뛰어들 방침이다. 이를 통해 현재 709㎿ 수준인 해외 신재생 발전 설비용량을 2025년 1,44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세종=김우보기자 ubo@sedaily.com